[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미국 중간선거가 증시 반등의 구원투수가 되기엔 실망스러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에는 선거 이후 주가가 오르는 흐름이 비교적 확실했다면, 올해는 선거 전 미국 증시 조정 폭이 예년보다 작은만큼 단기간 체감할 수 있는 추가 반등 여력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거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보다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우려, 중동발 유가·금리 부담이 향후 증시의 방향과 상승 탄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히며 증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4일 코스콤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날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가 54.08까지 치솟았다. 코스피가 6000선에서 5500선으로 하루 만에 7% 급락했던 지난달 15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과 미 증시 고평가 부담이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안팎에선 선거 이후 불확실성 소화로 인한 증시 랠리를 기대하고 있지만 올해 상황은 과거와 차이가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 해에는 통상 연중 고점 대비 저점까지 평균 18%가량 조정을 받았지만, 올해 조정 폭은 약 9%에 그쳤다. 선거를 앞두고 주가가 충분히 하락하지 않은 만큼 선거 이후 반등 여력도 과거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변수다. 미국 증시의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은 10월 기준 40.7배로, 과거 고점으로 꼽히는 1998년의 33.8배를 웃돈다. AI 관련 대형 기술주에 증시 상승이 집중된 상황에서 투자 기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2018년 사례는 선거 종료만으로 증시 불안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당시 중간선거 이후 나스닥지수는 12월 24일까지 8월 고점 대비 약 23%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갈등,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친 결과였다. 선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더라도 금리와 경기 여건이 악화하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결과에 상관없이 중간선거 종료 자체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인식될 수 있지만, 수차례 거론돼 온 블루웨이브 전망이 증시에 선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선거 이후 단기 반등이 나오더라도 반등의 연속성은 AI 산업 불안 완화 여부나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금리와 유가 역시 기업 실적과 주식 가치평가를 좌우하는 변수다. 모니카 시크자이 MSCI 리서치·개발 부문 부사장은 “금리 상승은 주식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주고, 유가 급등은 기업 비용과 물가를 자극해 주가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며 “중간선거 이후의 계절적 상승 패턴만으로 강세장을 예상하기보다는 금리와 AI 투자, 유가 흐름이 실제로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5000선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승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고 고유가·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 코스피가 5150선을 밑돌고, 일시적으로 5000선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며 ” 2026~2027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로 5000선을 하회할 가능성은 낮게 본다“고 진단했다.
과거 통계는 중간선거 이후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를 뒷받침한다. 1950년 이후 중간선거가 치러진 해의 S&P500지수는 선거 후 1년간 모두 상승했다. 1974년 이후 13차례 중간선거에서도 MSCI 미국 지수는 선거 이후 6개월간 모두 올랐다. 평균 상승률은 12%였다.
국내 증권가는 선거 이후 증시 반등을 기대하면서도 코스피 밴드 하단을 현 지수 레벨(4일 시초가 기준 5786.13포인트) 아래로 잡고 있다. 중장기적 반등을 전망하면서도 선거 직후 단기간 지수 변동성 확대나 추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월 코스피 예상 밴드로 5100~7100을 제시했다. 그는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대이란 군사적 대응 가능성이 커지면 이란이 유가를 높여 얻을 실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유가 우려가 완화되면 증시 흐름도 10월보다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양 연구원은 “10월 대비 고유가 지속 우려가 완화될 경우 11월 증시 흐름은 개선될 수 있다”며 앤트로픽 상장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AI 밸류체인 전반으로 넓혀 국내 반도체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기적인 지수 상승 여력에 주목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거나 의회가 분점되는 경우 올해 4분기 코스피 예상 밴드로 5200~6700, 내년 1분기에는 6000~7500을 제시했다. 내년 코스피 상장사 주당순이익(EPS)이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아 선거 불확실성 해소가 주가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미국 중간선거는 불확실성 해소 이벤트였고 성과를 가른 본질은 미국 의회 구도보다 국내 이익 사이클이었다”며 “선거 불확실성 해소가 강력한 재평가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간선거와 앤트로픽 기업공개(IPO) 등 주요 이벤트가 마무리되는 11월 중하순부터 외국인 자금 유입과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한다”며 “선거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대형 IPO를 앞둔 글로벌 펀드의 자금 재배분 부담이 줄어들면서 국내 증시 투자심리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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