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 신청 美 특허청에 거절 당해
영화사 RKO 핏처스와 혼동이 이유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에게 ‘스터너’가 있다면, 랜디 오턴에게는 ‘RKO’가 있다. 미국 프로레슬링 단체 WWE를 대표하는 두 스타의 필살기다. WWE가 RKO의 상표권을 확대하려다 뜻밖의 상대와 맞닥뜨려 패했다. 할리우드의 유서 깊은 영화사다.
미국 프로레슬링 전문매체 레슬링 옵서버와 레슬존 등은 5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이 WWE의 RKO 상표 등록 신청에 대해 지난 3일 거절 통보를 했다고 보도했다.
영화사 RKO 픽처스가 보유한 기존 상표권이 이유였다. USPTO는 WWE가 신청한 RKO와 영화사의 기존 등록 상표 6건 사이에 소비자 혼동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가운데 하나는 영문 세 글자 ‘RKO’로 완전히 동일하다.
RKO 픽처스는 할리우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영화사 가운데 하나로, ‘킹콩’(1933)과 ‘시민 케인’(1941) 등 영화사에 이름을 남긴 작품들과 관련이 있다. 프로레슬링 팬들에게는 오턴의 필살기로 익숙한 RKO가 영화계에서는 훨씬 오래전부터 사용된 셈이다.
WWE는 지난 7월 6일 프로레슬링 공연과 TV·라디오·인터넷 방송, 온라인 레슬링 뉴스 및 정보 제공 등의 분야에서 RKO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USPTO는 영화·방송·멀티미디어 제작 등 RKO 픽처스의 사업 영역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WWE가 같은 문제에 부딪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4년 11월에도 프로레슬링 공연 관련 RKO 상표를 신청했으나 기존 영화사 상표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등록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7월 재신청했지만 비슷한 판단이 나온 것이다.
RKO는 오턴의 본명 랜들 키스 오턴(Randal Keith Orton)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명칭이다. 오턴은 2003년부터 이 기술을 사용해 왔으며, 20년 넘게 자신의 상징으로 발전시켰다.
RKO는 상대의 목과 턱 부위를 팔로 감아 자신의 어깨 쪽에 고정한 뒤, 순간적으로 뛰어올라 등부터 매트에 떨어지면서 상대의 얼굴이 매트를 향해 내리꽂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프로레슬링의 ‘점핑 커터(Jumping Cutter)’ 계열에 속한다.
상대의 움직임을 역이용해 순식간에 승부를 뒤집는 이 기술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고, ‘RKO 아웃 오브 노웨어(RKO Outta Nowhere·느닷없이 터지는 RKO)’라는 유행어까지 낳았다. 인터넷에서는 사람이 넘어지거나 갑자기 쓰러지는 영상에 오턴이 등장해 RKO를 구사하는 것처럼 합성한 패러디 영상이 유행했다.
WWE가 RKO의 상표권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번 신청은 오턴 개인이 아닌 WWE 명의로 이뤄졌다. WWE는 이미 의류 등 상품 분야에서 RKO 관련 상표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프로레슬링 공연과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분야까지 보호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이 오턴의 RKO 사용을 금지하는 건 아니다. 오턴은 앞으로도 링 위에서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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