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역사적인 대승을 거뒀다. 5일까지 개표 결과 민주당은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공화당이 차지했던 양원 다수당 지위를 한꺼번에 되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행정부로선 출범 이후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 의회권력이 역대급의 여소야대로 재편됨에 따라 미 대내외 정책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정부 입법·인사가 의회에서 제동이 걸리고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대치하는 양상이 거듭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도, 대통령 재량권이 큰 관세·전쟁 등에선 오히려 일방 독주가 강화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로선 대미 전략을 재검토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국면이다.
물론 의회권력의 이동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 자체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미 산업 보호와 중국에 대한 견제 기조도 초당적이다. 한미동맹의 큰 틀도 당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미세한 정책 변화가 상대국엔 큰 영향을 주는 ‘나비효과’를 경계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과 ‘국익’의 대차대조표를 재작성해 대비해야 한다.
미 민주당은 외교·통상 등에서 동맹 협력을 강조하고, 경제·산업에선 공화당보다 대체로 규제 강화를 선호한다. 관세를 무기로 동맹국에게도 대미투자와 통상협상을 가혹하리만큼 압박해온 공화당 정부의 대외노선을 견제할 수도 있지만, 의회의 권한이 크지 않은 만큼 트럼프 정부가 대통령 재량권이 큰 무역법 301조나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상대국을 더 압박할 수 있다. 특히 우리로선 반도체를 비롯해 대미흑자 품목을 표적으로 한 관세 정책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으로선 전력공급이 발등의 불인 만큼 한국의 대미투자 1호 텍사스가스복합발전 사업이나, 민주·공화 모두 초당적 공감대가 있는 한미조선협력(마스가)에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의 경우엔 민주당이 수익성에 대한 더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면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운 우리로선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핵추진잠수함과 전시작전권 문제는 민주당이 한층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양국 간 협상이 복잡해질 수 있다.
우리 경제와 산업에선 미 인공지능(AI) 정책의 불확실성 확대가 가장 큰 도전 요인이다. 민주당이 공화당에 비해 AI에 대한 윤리·안보·보안·산업의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와 관련해선 중간 선거 내내 주요 건립예정 지역에서 주민들의 반대에 동조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대부분 승리했다. 우리 반도체·전력·에너지산업의 로드맵과 손익계산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미 행정부와 의회의 ‘권력분점’에 맞도록 외교를 다변화하고,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강화해 대미 재계·업계와의 접촉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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