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오를릭 블룸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
‘블루 쓰나미’ 반도체 기업엔 악영향
DC 확산 규제·반도체 수출 직격탄
인공지능(AI) 투자 열기가 식을 경우 한국 경제가 큰 충격에 직면해 국내총생산(GDP)이 약 3% 감소할 수 있다는 블룸버그의 분석이 나왔다.
금융투자협회는 4일 톰 오를릭(사진)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초청해 ‘미국 중간선거 이후 경제 전망’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날 오를릭은 블룸버그의 시나리오 분석 도구인 ‘글로벌 쇼크(Global Shock)’를 활용해 AI 투자 거품 붕괴 상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GDP 감소폭을 기준 전망 대비 약 3%로 추산했다. 3분기 수익률에서 코스피를 앞질렀던 대만은 감소폭이 5%로 추산됐다.
이는 미국 증시가 20% 하락하고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투자가 1년간 중단되는 상황을 가정한 분석 모델의 결과다.
오를릭은 AI 산업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향후 AI 투자 열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같은 우려가 한국과 대만 등 반도체 중심 증시의 위협으로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AI 관련 종목을 가리지 않고 매수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막대한 자본지출이 실제로 어디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따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대규모 투자에 걸맞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면서 성장 가능성만으로 반도체 등 AI 밸류체인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됐던 우호적 환경이 유효하지 않다는 경고다.
민주당이 강력한 ‘블루 쓰나미’로 압승한 중간 선거 결과도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과 증시엔 위협 요소로 평가했다. 향후 AI 반도체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미국 내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를 언급했다. 오를릭은 “미국 양당 모두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에 들어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데이터센터 건설이 집중된 지역의 주지사들이 선거 결과를 정치적 신호로 받아들여 새로운 제한을 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AI 호황이 붕괴로 전환될 경우 한국과 대만의 타격도 그만큼 클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되면 반도체 수요와 수출에도 충격이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오를릭은 AI 데이터센터 우려와 별개로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금융시장 전반엔 우호적일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과거 중간선거 이후 미국 증시가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여야가 권력을 나눠 갖는 분점정부가 형성될 경우 정책 변화와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를릭은 “정치적 교착 상태가 새로운 규제와 세금 도입을 제한하면 금융시장에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중간선거 이후 시장을 좌우할 변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도 언급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움직임과 AI 자산 가격의 향방에 따라 연준의 금리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오를릭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상승하고 AI 자산 가격이 견조하게 유지될 경우 연준이 12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전쟁 긴장이 완화돼 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로 하락하고 AI 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유진 기자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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