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교·안보 ‘정책 폭주’ 전망
의약품·기계 관세 등 통상갈등 우려
유럽 주둔 미군 감축 카드 빼들 수도
중간선거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향해 ‘분풀이’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지형과 상관없이 대통령이 재량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집중적으로 ‘헤집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대내외에 재확인시키려 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의약품과 기계 제품 관세 등 통상 부문이 트럼프 분풀이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고, 유럽 주둔 미군 감축 등 안보 분야에서도 거센 변화가 일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권 매체 유로뉴스는 4일(현지시간) “트럼프의 패배는 유럽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라며 “국내 의제가 의회에서 강한 저항에 부딪히게 됐으니 대통령 재량권이 훨씬 큰 외교 정책으로 더욱 기울어져, 주도권을 되찾고 유산을 공고히 하려고 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 유럽연합(EU) 외교관은 유로뉴스에 “그는 ‘레임덕’(다리 저는 오리·권력누수)보다는 ‘매드독’(광견·정책폭주)이 될 수 있다”라며 “지금 분위기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아무도 현재의 문제가 사라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독일 공공정책대학원 헤르티스쿨의 다니엘라 슈바르처 학장은 “참패한 트럼프가 국내 권력 상실을 대외정책으로 뒤집으려 할 수 있다”라며 선거 패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유럽을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풀이는 통상 갈등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레임덕’이 ‘앵그리덕’(화난 오리)으로 바뀔 수 있다”라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정성도 예측 가능성도 없다”라면서 그가 유럽산 의약품과 기계 제품 관세를 밀어붙여 압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들어 속도를 내고 있는 유럽 주둔 미군 감축·재배치도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를 표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5월 독일 주둔 미군 5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안보에 무임승차한다며 나토 탈퇴까지 언급하면서 유럽에 안보 분담을 요구해왔다. 나토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유럽 주둔 미군을 더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커트 볼커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나토 탈퇴나 주둔 병력 감축 문제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서 고립돼 있다”고 주장했다.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주장이 미국 전체의 여론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노선에 대한 미국민들의 반대가 확인됐지만, 유럽이 더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할 수 없고 자력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유럽의회 외교위원장 데이비드 매캘리스터는 유로뉴스에 “권력 균형의 변동이 변화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라며 “유럽은 자력 방위와 안보를 위해 계속해서 더 많은 걸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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