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재신청 2년 8개월만에 결실 맺어
중국 선지·일본 화지 이어 숙원 이뤄
이달말 中 샤먼서 최종 등재여부 결정
北 신청 태권도, 남북 ‘공동등재’ 무산
1000년을 견디는 내구성을 갖춘 한지와 관련 기술이 한국의 24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식 등재될 전망이다. 종이라는 단순한 기록 매체를 넘어 문화유산 보수·복원에서 인형·의류 같은 공예까지 쓰임새를 넓혀 온 ‘살아 있는 유산’의 면모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5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한국이 신청한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이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 심사에서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지난 2023년 7월 대표목록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하고, 2024년 3월 정식 신청서를 제출한 지 약 2년 8개월 만의 성과다.
평가기구의 권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종 등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중국의 선지(宣紙)와 일본의 화지(和紙)가 각각 2009년과 2014년 먼저 등재된 터라 한지의 유네스코 등재는 관련 업계의 오랜 염원이었다. 최종 등재되면 한국은 2024년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에 이어 2년 만에 새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한지의 보존성은 흔히 ‘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종이는 천 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19세기 이후 대량 생산된 산성 목재 펄프 종이는 수십~100여 년 만에 누렇게 변하고 쉽게 부서지지만, 한지는 그렇지 않다. 닥나무 속껍질을 천연 잿물에 삶아 표백제 같은 화학약품 없이 만드는 전통 한지는 중성에서 약알칼리성을 띠어 산에 의한 품질 저하가 더디기 때문이다. 1966년 불국사 석가탑 해체 보수 과정에서 발견된 8세기 초 통일신라 시대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120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
한지 한 장을 만들려면 원료 손질부터 종이뜨기, 건조와 마감까지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닥나무를 쪄서 벗긴 껍질에서 겉껍질을 긁어내 속껍질만 남긴다. 이를 잿물에 삶아 씻은 뒤 티를 골라내고, 두드려 섬유를 풀어 닥풀 점액과 함께 물에 고루 섞는다. 이어 ‘외발뜨기’라는 한국의 고유 기술로 종이를 뜬다.
외발뜨기는 줄 하나에 매단 발틀을 앞뒤·좌우로 번갈아 흔들어 섬유를 엇갈리게 쌓는 기술로, 장인의 고도화된 숙련도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긴 닥 섬유가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엇갈리며 얽혀, 한 방향으로만 물질해 뜬 종이보다 방향에 따른 강도 차이가 작고 어느 방향으로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말린 종이에 습기를 살짝 준 뒤 여러 장을 포개 반복해서 두드리는 ‘도침(搗砧)’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섬유 사이 틈이 메워지고 조직이 치밀해져 표면이 매끄러워지고 먹물도 알맞게 번진다.
질기면서도 통기성과 유연성이 뛰어난 한지는 해외 문화재 복원 현장에서도 널리 쓰인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소장품 ‘바이에른 국왕 막시밀리안 2세의 책상’ 복원할 때 전주 한지를 사용해 2017년 작업을 마쳤다. 수십 년간 일본 화지가 사실상 독점해 온 복원용 종이 시장에 한지가 본격적으로 진입한 사례로 꼽힌다.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RCPAL)는 2016년 의령 한지, 2020년 전주 한지를 기록유산 보존·복원용 종이로 공식 인증했다. 바티칸 박물관 등 해외 보존 기관도 고문서와 유물 보수에 한지를 활용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태권도를 인류무형유산으로 올릴 예정이다.
평가기구는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에 대해 등재가 확실시되는 ‘권고’ 판단을 내렸다. 태권도는 ‘아리랑’, ‘김치 담그기’, ‘씨름’(남북 공동 등재), ‘평양냉면’, ‘조선 옷차림 풍습’에 이어 북한의 6번째 인류무형유산으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024년 태권도의 등재 신청서를 단독으로 제출하자 우리 정부는 올해 3월 뒤늦게 신청서를 제출하며 공동 등재 가능성을 기대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추후 태권도를 확장 등재하거나 따로 올리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확장 등재는 기존에 등재된 유산의 범위를 변경해 등재하는 과정으로, 당사국과 협의가 필요하다. 김명상 기자
terry@heraldcorp.com
![목욕용품·아동복에 스카프 아저씨까지…남대문시장은 어떻게 ‘가성비 놀이터’가 됐을까 [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1/05/news-p.v1.20261104.6b2dae1e12184e64ab2b0777fe34646d_T1.png?type=h&h=240)
![무결점 교과서 만드는 AI공장…하루 40만부, 불량률은 ‘제로’ [헤럴딥 그회사 어때?-미래엔]](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1/04/news-p.v1.20260821.461b0cf3d0a54903baee7604cd9ac5f0_T1.jpg?type=h&h=240)
![레버리지 피하고, 현금 남기고, 기계적 리밸런싱 하라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1/04/news-p.v1.20261015.bf346e259b1345f280b498eda7b41712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