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가능성 커져
과잉투자 감소…현금흐름 개선 기대
MS·아마존·애플 주가 일제히 상승
외인수급 불안…국내 반도체株 휘청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자 인공지능(AI)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들의 과도한 AI 투자 경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막대한 설비 투자로 현금흐름이 악화했던 기업들에 규제 강화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과 국내 주요 반도체주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서 정책 불확실성은 걷혔지만, 국내 반도체주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투자 부담을 덜게 된 미국 빅테크로 자금이 쏠리는 것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주에는 악재로 전망된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는 6.7% 급등했다. 아마존은 6.1%,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3.2%, 메타는 1.4% 상승했다. 애플도 5.3% 올랐다. 반면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허트8은 23%, 아이렌은 11%, 코어사이언티픽은 10%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1% 떨어지며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빅테크와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엇갈린 배경에는 민주당의 AI 규제 강화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선거 과정에서 AI 개발 속도 조절과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와 지역사회 부담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규제가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아마존과 MS, 알파벳, 메타 등은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에 수천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막대한 지출이 충분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확산했다.
실제로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기업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투자를 늘려야 했지만 투자자들은 비용 증가를 우려했다. 정부 규제로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버트 파블릭 다코타웰스매니지먼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선거는 하이퍼스케일러들에게 선물과도 같다”며 “기업들이 아닌 정부가 지출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초대형 기술기업을 뜻한다. 그는 기업들이 AI 투자 지출을 줄이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직면해 있었다며, 정부 규제가 투자 경쟁을 완화하면 현금흐름이 다시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주 비중이 큰 국내 증시도 여파가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3.71포인트(1.82%) 내린 5580.09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33%, 6.02% 하락했고 SK스퀘어도 5.34% 내렸다.
외인 수급 불안이 이유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1288억원, 769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2086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전 거래일에도 외국인은 반도체 업종에서만 2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의 데이터센터 규제 이슈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열려 있으나, 단기적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면서도 “규제 이슈로 미국 빅테크들의 AI 투자 부담이 오히려 약화되며 우려가 완화될 수 있어 국내 및 글로벌 자금들이 한국 메모리를 팔고 미국 빅테크를 사는 롱숏(long-short) 전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수급 불확실성은 잔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 상장도 수급의 변수로 꼽힌다. 변준호 연구원은 다음 주 IPO 로드쇼를 시작으로 11월 중순께 구체적인 상장 일정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봤다. 청약 일정이 정해지면 청약 자금 마련을 위해 기존 주식을 파는 수급 부담이 단기적으로 생길 수 있다.
강혜성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핵심인 메모리주의 유의미한 반등엔 시간이 걸릴 공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생태계에 대한 불안과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업체)의 자본조달 이슈가 풀리려면 엔비디아 실적과 이후 추가 계약, 실적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반도체보다 친환경 테마를 대안으로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변준호 연구원은 “시장 급락 후 반등 양상은 미국의 민주당 정책 부각 기대감과 데이터센터 규제 및 엔트로픽 상장 이슈로 인해 반도체보다 친환경 테마를 더욱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에코프로비엠과 두산퓨얼셀, 한화솔루션, 씨에스윈드 등 친환경 테마주가 블루웨이브 기대를 선반영하지 못한 채 과거 주요 저점 지지대 영역에서 반등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상상인증권은 직접 수혜가 예상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신재생에너지의 강세를 기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에서 “반도체, 전력기기 등 AI주 vs 이차전지, 태양광 등 신재생 포함 비 AI주간 차별화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지연·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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