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서 정책 불확실성은 걷혔지만, 국내 반도체주에는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에 반도체주가 급락한 반면 투자 부담을 덜게 된 미국 빅테크로 자금이 쏠릴 수 있고, 기업공개(IPO)를 앞둔 앤트로픽도 수급의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서 수급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증시는 4일(현지시간) 선거 불확실성 해소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의회 견제 기대, 이란 전쟁 조기 종식 기대감에 급등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03% 오른 5만3356.12에 마감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1.58%, 1.44% 상승했다.
뉴욕증시는 전반적으로 환호했지만 국내 시장의 시선은 종목별 온도 차에 쏠렸다. 빅테크는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늦춰지면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에 대체로 올랐지만, 헛8(-23.2%)과 아이렌(-11.2%) 등 데이터센터 관련주는 급락했다.
민주당이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텍사스와 조지아에서 승리하자 건설과 AI 인프라 확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졌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도 하락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1% 내리며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반도체주 비중이 큰 국내 증시 입장에서는 수급 부담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3.71포인트(1.82%) 내린 5580.09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33%, 6.02% 하락했고 SK스퀘어도 5.34% 내렸다.
외인 수급 불안이 이유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1288억원, 769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2086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전 거래일에도 외국인은 반도체 업종에서만 2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의 데이터센터 규제 이슈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열려 있으나, 단기적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면서도 “규제 이슈로 미국 빅테크들의 AI 투자 부담이 오히려 약화되며 우려가 완화될 수 있어 국내 및 글로벌 자금들이 한국 메모리를 팔고 미국 빅테크를 사는 롱숏(long-short) 전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수급 불확실성은 잔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 상장도 수급의 변수로 꼽힌다. 변준호 연구원은 다음 주 IPO 로드쇼를 시작으로 11월 중순께 구체적인 상장 일정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봤다. 청약 일정이 정해지면 청약 자금 마련을 위해 기존 주식을 파는 수급 부담이 단기적으로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스페이스X 상장 때도 같은 수급 교란이 나타났다. 상장 과정에서 시장 수요가 약하거나 기대한 기업가치에 못 미칠 경우 AI·반도체 투자심리에 다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지난 10월 26일 앤트로픽 상장 소식에 반도체 주가가 단기 급등했지만 실제 상장 전후에는 오히려 부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혜성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국내 증시의 핵심인 메모리주의 유의미한 반등에는 시간이 걸릴 공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생태계에 대한 불안과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업체)의 자본조달 이슈가 풀리려면 엔비디아 실적과 이후 추가 계약, 실적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반도체보다 친환경 테마를 대안으로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변준호 연구원은 “시장 급락 후 반등 양상은 미국의 민주당 정책 부각 기대감과 데이터센터 규제 및 엔트로픽 상장 이슈로 인해 반도체보다 친환경 테마를 더욱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에코프로비엠과 두산퓨얼셀, 한화솔루션, 씨에스윈드 등 친환경 테마주가 블루웨이브 기대를 선반영하지 못한 채 과거 주요 저점 지지대 영역에서 반등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상상인증권은 직접 수혜가 예상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신재생에너지의 강세를 기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에서 “반도체, 전력기기 등 AI주 vs 이차전지, 태양광 등 신재생 포함 비 AI주간 차별화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반도체를 팔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최근 급락으로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3.98배, 1.07배, 반도체 업종은 2.71배, 1.28배까지 내려 악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지영 연구원은 “AI주 변동성은 높겠지만, 10월 이후 몇 차례 출현했던 연쇄 급락이 반복될 확률은 낮게 가져가는 것이 타당하다”며 데이터센터 규제가 AI 투자 사이클의 구조적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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