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교수 진료실서 흉기 피습
故 임세원교수 피살 이후 의료진 보호 강화했지만
비상벨·보안인력 갖추고도 돌발 공격 못 막아
의료계 “진료실 안전 개선됐지만 예방엔 한계”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또다시 환자에게 흉기 습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외래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던 강모 교수는 50대 여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병원 측과 수사당국은 당시 병원에 설치된 비상벨의 작동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2018년 12월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이후 의료인 보호와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임세원법’이 도입됐다. 하지만 의료기관 내 흉기 피습 사건이 반복되면서 의료기관의 안전시설확보나 진료공간 개선을 위해 임세원법 사각지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흉기 난동을 벌인 50대 여성 A씨에 대해 이날 오후 살인미수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공소청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지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피의사실을 살인미수로 변경했다.
A씨는 지난 4일 오후 4시35분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5층 외래진료실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소속 강모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3년과 2017년 세브란스병원에서 두 차례 진료받은 이력이 있지만 범행 당시에는 진료 예약을 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는 “다른 병원에 가려 했으나 세브란스병원 의사가 다른 병원과 짜고 진료를 받지 못하게 해 화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예고 없이 진료실에 들어가 쇼핑백에 미리 넣어온 흉기를 꺼내 강 교수에게 휘두른 것으로도 조사됐다. 범행 직후 병원 관계자들이 피의자를 제압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후 4시42분께 현장에서 A씨를 체포했다.
피해 교수는 약 5㎝ 길이의 자상을 입고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2018년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정부는 이후 비슷한 사건을 막기 위해 2019년 4월 ‘임세원법’(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도입해 의료인에게 상해를 입히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임 교수 사망 이후 진료실 풍경은 달라졌다. 병원들은 환자가 위협을 가할 경우 뒷문으로 피신할 수 있도록 대피로를 마련하는 등 안전 대책을 강화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100병상 이상 병원과 정신병원, 종합병원은 보안 전담인력을 1명 이상 배치하고, 비상 상황에서 관할 경찰서에 신고할 수 있는 비상경보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의료진을 겨냥한 공격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8월 부산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는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의사가 숨졌다. 2022년 6월에는 경기 용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의사가 환자 가족이 휘두른 흉기에 뒷목을 찔려 중상을 입었다.
의료계 ‘폭력 부방비 노출’
의료계는 의료진이 여전히 현장에서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호소한다. 또 의료진을 상대로 한 폭력을 더 엄한 형량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5월 발표한 ‘2026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4만5062명 중 58%가 근무 중 폭언·폭행 등 폭력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루카스병원 구자현 부원장은 “병원마다 각자 보안요원을 고용하고 있지만 진료실 안에서 벌어지는 돌발적인 공격까지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의료진,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법원처럼 검색대를 설치하는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준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임 교수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의료현장의 안전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돌발상황은 늘 발생할 수 있다”며 “외래진료실 전체를 보안요원 한 명이 담당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비상벨과 보안요원이 유명무실해지는 상황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병동에서 환자와 면담하던 중 볼펜으로 공격받아 이마에 8㎝ 길이의 자상을 입은 경험이 있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의료진,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의료인 폭행을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당시 임 교수를 살해한 30대 남성 박모 씨는 징역 25년 실형을 받았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정신질환이 범행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와 전자장치 20년 부착을 명령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이 판단을 유지했다.
kido@heraldcorp.com
![손주 두고 끝내 돌아오지 못한 며느리…의료사고 외친 시아버지 결국 법정에 섰다 [세상&플러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1/05/news-p.v1.20261104.456df6500c694dc1bc8365f1b3c64ba9_T1.jpg?type=h&h=240)
![내년 코스피, 도대체 얼마까지 오를까? 아니, 오르긴 할까? [‘주린이’ 1억 벌기 프로젝트]](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1/05/news-p.v1.20261105.a8a390902f2a409dbba5669f1bba0227_T1.jpg?type=h&h=240)
![“가속, 조향부터 소음, 진동까지 세심하게”…포르쉐·벤츠 뚫은 핵심기지 [그 회사 어때?-넥센타이어]](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1/04/news-p.v1.20261103.85cef9fae13c457491cdb4fdb46a6e80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