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제왕절개 후 폐색전증으로 사망
경찰·검찰·법원서 의료사고 인정 X
시아버지, 1인 시위…벌금형 집행유예로 선처
“제왕절개술 후 사망한 산모. 아기 한 번 안아 보지 못하고 하늘 나라로. XX산부인과는 진정한 사과하라”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난 2024년 5월,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앞에서 1인 시위가 벌어졌다. 이 병원에 다녔던 산모의 시아버지가 “해당 병원은 제왕절개술을 받은 며느리를 죽였다”며 병원 측 의료 사고를 주장했다.
경찰과 검찰, 1·2·3심 법원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주장이었다. 담당 의료진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병원 측을 상대로 한 민사 소송에서도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가 패소로 확정됐다.
숨진 산모의 시아버지는 결국 1인 시위에 나섰고, 병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병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폐색전증 합병증으로 사망
시간은 지난 201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신 39주차가 된 A씨의 며느리가 해당 산부인과에 산통으로 입원했다. 하지만 6시간 이상 태아가 하강하지 않았고, 심박동 상태도 불안정했다. 결국 산부인과에선 제왕절개술을 시행했다. 다행히 태아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문제는 산모였다. 수술 다음 날, 산모가 쓰러졌다. 초음파 검사 등에서 자궁 내 출혈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산소포화도, 맥박 등 활력징후가 좋지 않았다. 위급 상황이라고 판단한 산부인과는 119 신고와 동시에 인공호흡을 시도했다. 산모는 24분 만에 상급 의료기관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사인(死因)은 제왕절개로 인한 폐색전증으로 조사됐다. 이는 수술 후 몸에 생긴 혈전(피떡)이 폐혈관을 막는 응급질환이다.
형사 고소했지만 무혐의…민사 소송도 제기
유족은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었다. 의료진에 대해 형사 고소를 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구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지난 2020년 4월, 의료진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수술 후 산모가 의식을 잃기 전까지 특이사항이 없었고, 경과 관찰도 적절한 것으로 보이며, 상급병원에 전원한 시점도 지연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민사재판 과정에서 유족 측은 “제왕절개 수술 후엔 폐색적증의 위험이 증가된다”며 “그럼에도 병원은 망인에게 예방을 위한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억원을 청구했다.
민사 1·2·3심에서도 의료사고 인정 안돼, 유족 측 패소
하지만 민사소송 1심 재판부는 지난 2021년 11월, 유족 측 패소로 판단했다.
1심은 “폐색전증은 대부분 제왕절개 수술 후 발생하는데 그 빈도가 0.023%”라며 “미리 진단하거나 예견하기 어려운 질병으로서 증상이 없거나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의 경우 다른 수술과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분만방법이 없었던 이상 망인의 자기결정권에 관련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설명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의료진이 유족 측에 수술 및 마취의 필요성, 수술의 내용, 예상되는 합병증에 대한 설명을 하고 수술 청약서에 서명을 받은 사실을 종합하면 설명의무도 다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짚었다.
유족이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도 지난 2023년 2월, 유족 패소로 판결했다.
2심도 “당시 의료진은 망인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난 후 인공호흡, 심장 마사지 등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며 “상급병원에 전원하는 과정에서도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지난 2023년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5000만원에 합의한 뒤 1인 시위…벌금형 집행유예 확정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에서 모두 의료사고가 인정되지 않자 유족은 병원 측과 합의했다.
병원 측에선 “위로금 명목으로 5000만원을 드리겠다”며 “추후 위원회에서 불가항력적 산모 사망으로 300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각서를 교부하며 세부 합의내용은 추후 상의하기로 했다.
유족과 병원 측은 2024년 1월 합의했다. “추후 유족 측 관계자가 병원 측과 진료 담당 의사에게 어떠한 문제나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유족은 위원회에서 3000만원을 지급받지 못했고, 3000만원을 병원에서 대신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의사가 응급 대처를 하지 않았다”며 의료과실을 재차 주장했다.
A씨는 결국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게 됐고, 1심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1인 시위를 하게 된 주요한 목적은 3000만원을 지급받는 것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에선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2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9부(부장 김준혁)은 벌금 2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도 “의료과실이 경찰, 검찰, 법원에서 모두 인정받지 못한 사정을 알면서도 1인 시위를 했다”며 “피해자 측이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받는 등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제왕절개수술을 받은 며느리가 사망하자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집행유예를 택했다. 아울러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다소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어 보이며 전과도 없다”고 했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2심 판결에 대해 검사와 A씨 모두 불복하지 않았다.
판결을 분석한 의료법 전문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헤럴드경제에 “민·형사 사건에서 병원 측 과실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병원 측에서 각서를 교부할 때 ‘3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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