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3% 급등…관세유예 발표했던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상승폭
반도체·데이터센터 공급업체는 매도…MS·알파벳·아마존엔 매수세
코어위브 9.9%↓·SK하이닉스 ADR 5.1%↓
월가 “구축은 멈추지 않아…속도·입지·비용 달라질 뿐”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무제한적인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부터 막대한 비용이 든 중동전쟁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외교 정책에 강한 반대 의사를 드러내면서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급등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이날 3%(1569포인트) 올라,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관세 부과 계획을 일시 중단했던 지난해 4월 초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1.6%, 나스닥종합지수는 1.4% 올랐고,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9개 업종이 상승했다.
시장을 움직인 것은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AI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에 대한 유권자 반발 등에 힘입어 연방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여러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물가와 금리를 끌어올린 이란 전쟁이 공화당 패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기업과 교역 상대국을 강하게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자신의 경제정책 추진 권한을 견제할 의회와 마주하게 됐다.
자산운용사 티로프라이스의 블레리나 우루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선거는 이란 전쟁과 올해 에너지 가격 상승,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대한 국민투표와 같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새 의회에서 공식 임기를 시작하기까지는 아직 몇 달이 남았지만, 이날의 광범위한 상승세는 월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미국 경제가 더 예측 가능하고 실물경제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변화는 AI 산업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데이터센터 개발에 중요한 5개 주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면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텍사스에서는 민주당 소속 지나 히노호사 주지사 당선인이 실질적 주민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법이 통과될 때까지 데이터센터 건설을 유예하겠다고 공약했다.
텍사스와 오하이오 등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주변 지역의 전기요금과 물 사용량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고, AI 사업자들의 경쟁적 투자 확대와 미·중 AI 패권 경쟁에 쏠렸던 관심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전 엑스(X)에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방안이 꽤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적었고, 스페이스X 주가는 3.8%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도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선택은 갈렸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반도체 업체를 비롯한 데이터센터 공급업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코어위브는 9.9%,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ADR)는 5.1% 급락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에는 매수세가 몰렸다.
그러나 월가는 데이터센터 구축이 멈추기보다 속도와 입지, 비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부분의 분석가는 선거 결과가 장기적으로 AI 개발을 무산시키지는 않겠지만 성장 속도에는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틱시스투자운용의 마브룩 셰투안 글로벌시장 전략 총괄은 “민주당은 AI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미 시행된 조치들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가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이 일시 중단되거나 제한되면 AI 인프라 확장 속도는 늦춰지지만, 공급이 묶이는 만큼 이들이 고객에게 받는 서비스 가격이 올라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다.
소스닉 전략가는 이번 결과가 과도한 지출과 차입 속도를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늦춰 “공급업체에는 좋지 않지만 시장이 받아들일 만한 약간의 재무 규율”을 업계에 부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찰리 매켈리곳 노무라홀딩스 크로스에셋 전략가는 구축이 불가피하게 완만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하이퍼스케일러의 무한 투자 경쟁이라는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켰다고 풀이했다.
이는 채권·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부담과 ‘잉여현금흐름(FCF) 소진’에 대한 공포를 덜어주고, 빅테크의 과잉 투자로 거품이 붕괴할 수 있다는 월가의 우려도 누그러뜨린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연과 불확실성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앤드루 타일러 JP모건체이스 글로벌 시장 인텔리전스 총괄은 기존 건설과 허가는 계속되고 신규 건설이 다른 주로 옮겨갈 것이라는 해석과, 구축 둔화로 자본지출(CapEx)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공존한다고 짚었다.
웰스파이어의 브래드 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소화해야 할 것은 데이터센터가 지어질 것이냐가 아니라 어디에, 얼마나 오래 걸려, 얼마나 많은 규제 절차를 거쳐 지어지느냐”라며 “설비투자와 AI 효익의 실현 시점이 더 뒤로 밀린다”고 분석했다.
반대 흐름은 텍사스를 넘어 번질 수 있다. 텍사스트리뷴이 인용한 데이터센터워치 분석에 따르면 36개 주의 주지사 후보 74명 가운데 43%가 일시 유예나 금지를 지지했다. 밀러타박 증권의 맷 말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내 뒷마당엔 안 돼(NIMBY·님비)’ 정서가 곧바로 2028년 대선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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