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그림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림 속 이슈, 명화에 스민 사연, 예술에 서려 있는 인간의 고민과 욕망을 들여다봅니다. 한 점의 캔버스로 시작해, 액자 밖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빅토르 바스네초프, 불멸의 코셰이(일부 확대), 1926~1927, 캔버스에 유채, 빅토르 바스네초프 박물관 [picture.art-catalog.ru, Public Domain, commons.wikimedia.org]
빅토르 바스네초프, 불멸의 코셰이(일부 확대), 1926~1927, 캔버스에 유채, 빅토르 바스네초프 박물관 [picture.art-catalog.ru, Public Domain, commons.wikimedia.org]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여인은 지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노인에게서 도망칠 방법을요.

왕관 따위 어울리지 않는 남자, 이름은 코셰이입니다. 일명 ‘불멸의 코셰이’로도 불리는 러시아 설화 속 악당입니다.

그에게 ‘불멸’ 내지 ‘불사신’과 같은 말이 따라붙는 이유는요. 쉽게 죽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법을 부릴 줄 알았습니다. 그 재주로 갇혀 있어도 하늘을 날고, 묶여 있어도 쇠사슬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기 영혼을 떼어다 어느 곳이든 숨길 수도 있었습니다. 그것을 찾아 완전히 없애기 전까지는 생명을 끊을 수 없었습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코셰이를 없애려면 그의 영혼이 깃든 마법 바늘을 부러뜨려야 했습니다.

문제는 코셰이가 이를 기상천외한 곳에 숨겼다는 겁니다. 마법 바늘은 달걀 안에, 달걀은 오리 뱃속에, 오리는 산토끼 입안에, 산토끼는 먼바다의 섬 위 떡갈나무 아래 궤짝에 넣어뒀습니다.

땅을 파고 통을 열면 산토끼가 튀어나와 도망칩니다. 산토끼를 잡으면 이번에는 오리가 날아오릅니다. 녀석을 붙들고 배를 갈라 달걀까지 꺼내야 영혼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일부 민담에선 달걀 또한 코셰이의 이마에 대고 때려야 깨지는 것으로 서술합니다. 이 정도면 본인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할 지경입니다.

빅토르 바스네초프, 불멸의 코셰이, 1926~1927, 캔버스에 유채, 빅토르 바스네초프 박물관 [picture.art-catalog.ru, Public Domain, commons.wikimedia.org]
빅토르 바스네초프, 불멸의 코셰이, 1926~1927, 캔버스에 유채, 빅토르 바스네초프 박물관 [picture.art-catalog.ru, Public Domain, commons.wikimedia.org]

불로와 불사는 다른 말입니다.

코셰이는 죽지 않는 몸은 얻었지만, 늙지 않는 몸은 얻지 못했습니다. 코셰이는 세월과 시대를 초월해 나날이 늙어갑니다. 수염은 허리까지 내려오고, 주름살은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깊게 들어갑니다. 뼈마디는 움직일 때마다 덜컹이는 소리가 날 만큼 얇고 추레해집니다.

애초 코셰이라는 이름 자체가 뼈를 뜻하는 러시아어 ‘코스티’에서 유래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능력이 있으면 불멸의 현자가 될 법도 했지만, 코셰이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가 영원히 매달린 건 추한 짓 내지 나쁜 행실뿐이었습니다. 대표적 악행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함정에 빠뜨려 납치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번에도 한 여인을 잡아왔습니다. 코셰이는 여인의 어깨에 팔을 얹고서 말합니다. “나와 결혼해 함께 살자”고. 수백년, 어쩌면 수천년 이상을 살며 모았을 금은보화도 들이밉니다. 그러나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의 그녀에게 이런 말을 덧붙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여자들이 그랬듯, 너 또한 내가 늙고 못생겨서 싫어?”라고. 피 묻은 칼을 더 위협적으로 흔드는 순간이겠지요. 창고 문은 열렸고, 빠져나갈 수 있는 문은 자물쇠로 닫혀 있습니다. 여인은 차분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를 째려보듯 응시합니다. 한 손을 가슴에 얹고서, 이 악당을 어떻게 속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빅토르 바스네초프, 불멸의 코셰이(일부 확대), 1926~1927, 캔버스에 유채, 빅토르 바스네초프 박물관 [picture.art-catalog.ru, Public Domain, commons.wikimedia.org]
빅토르 바스네초프, 불멸의 코셰이(일부 확대), 1926~1927, 캔버스에 유채, 빅토르 바스네초프 박물관 [picture.art-catalog.ru, Public Domain, commons.wikimedia.org]

코셰이를 제압할 방법. 작은 힌트가 있습니다.

코셰이가 앉아있는 바로 옆 벽면을 보면, 그의 영혼이 담긴 궤짝이 어디 있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려주는 단서가 그려져 있습니다. 다만 기적적으로 이를 알아보고 위치까지 짚을 수 있다고 한들, 당장 그녀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크게 없어보이긴 합니다.

빅토르 바스네초프, 불멸의 코셰이(일부 확대), 1926~1927, 캔버스에 유채, 빅토르 바스네초프 박물관 [picture.art-catalog.ru, Public Domain, commons.wikimedia.org]
빅토르 바스네초프, 불멸의 코셰이(일부 확대), 1926~1927, 캔버스에 유채, 빅토르 바스네초프 박물관 [picture.art-catalog.ru, Public Domain, commons.wikimedia.org]

러시아 화가 빅토르 바스네초프는 1926~1927년 사이 이 그림 <불멸의 코셰이>를 그렸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정치적 격변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바스네초프가 그림을 완성한 무렵, 한때 블라디미르 레닌의 후계자로 꼽힐 만큼 영향력이 컸던 레프 트로츠키가 이오시프 스탈린과의 충돌에서 패해 사실상 실각을 당하기도 했었습니다. 숙청은 거듭 이어질 게 분명해보였습니다.

바스네초프가 이러한 분위기 속 느낀 막연한 공포와 불안을 작품에 녹였을 가능성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죽지도 않고’ 돌아오는 코셰이는 당시 혼란한 세상, 사로잡힌 여인은 그 시대의 민중으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이는 여러 추측 중 하나일 뿐입니다.

“고위층에 몸을 희생했습니다”…남편 ‘사면 명령서’ 든 아내 표정이 말하는 것은[화담:畵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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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림 속 이슈, 명화에 스민 사연, 예술에 서려 있는 인간의 고민과 욕망을 들여다봅니다. 한 점의 캔버스로 시작해, 액자 밖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25999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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