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3차 ESS 입찰 불참

“가격 경쟁보다 사업 효율·중장기 경쟁력 우선”

입찰가 하락에 수익성 부담…기존 사업 집중

“향후 입찰은 시장 여건 고려”…국내 투자 지속

오창 소듐이온 개발·내년 LFP 신제품 양산

기존 수주·호남 ESS 운영사업 집중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단기 물량 확보를 위한 가격 경쟁보다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과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판단이다. 다만 향후 입찰 참여 가능성은 열어두면서 국내 투자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일 입장문을 통해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공식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가격 경쟁을 통한 단기적인 물량 확보보다 ‘선택과 집중’을 바탕으로 한정된 자원 및 인력 내에서 사업 운영의 효율성과 중장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불참 배경에는 앞선 입찰에서 벌어진 치열한 가격 경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ESS 중앙계약시장의 입찰가격은 1차 당시 ㎾h당 30원대에서 2차에는 20원대로 떨어졌다. 입찰가격이 낮아지면서 사업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고, 장기간 ESS를 운영하는 사업자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단기 수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가격 경쟁이 계속될 경우 기업의 투자 여력과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2차 입찰 이후에는 배터리 3사와 관련 협회 등을 중심으로 과도한 출혈 경쟁을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은 정부가 지난 9월 공고한 사업으로, 육지 1100㎽와 제주 80㎽ 등 총 1180㎽ 규모다. 배터리 저장용량으로 환산하면 약 7.08GWh에 달한다. 앞선 1·2차 입찰의 합산 물량을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ESS를 통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량과 전력 수요 사이의 불균형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입찰에서 선정된 사업자는 ESS를 설치하고 전력거래소와 장기계약을 맺어 설비를 운영하게 된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4일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했으며 오는 11일까지 사업계획서 등 최종 증빙서류를 받은 뒤 이달 중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발주되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이 빠지면서 배터리 공급 경쟁은 삼성SDI와 SK온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1차 중앙계약시장에서 약 136㎽, 2차에서 79㎽ 등 총 215㎽ 안팎의 물량을 확보했다. 이번에는 추가 수주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이미 계약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다만 이번 결정이 국내 ESS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3차 이후의 경쟁입찰 공고의 경우 시장 상황 및 경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입찰가격과 사업 여건 등을 살펴 4차 이후 경쟁입찰에 다시 참여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확보한 ESS 운영사업을 확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7월 정부의 ‘AI 활용 배전망 ESS 구축 지원 사업’ 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신한자산운용과 ‘햇빛배전망에너지’ 컨소시엄을 구성해 호남권 7개 배전선로에 총 140㎽h 규모의 ESS를 구축·운영하는 사업권을 확보했다. 운영사업자 한 곳이 확보할 수 있는 최대 물량이다.

해당 ESS는 내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하며 운영 기간은 20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공급과 설비 구축, 인공지능(AI) 기반 운영을 맡고 신한자산운용은 사업에 필요한 금융 구조화를 담당한다.

배전망 ESS는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 다시 공급하는 설비다. LG에너지솔루션은 AI로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전력 수요를 예측해 ESS 운영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엔비디아 DSX 레디에 합류한 LG에너지솔루션 JF2 AC LInk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엔비디아 DSX 레디에 합류한 LG에너지솔루션 JF2 AC LInk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부터 제주에서도 배전망 연계형 ESS와 가상발전소(VPP)를 운영하며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다. VPP는 여러 곳에 흩어진 발전설비와 ESS를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관리하는 기술이다.

이를 바탕으로 ESS 사업 영역을 배터리 셀 공급에서 시스템 통합(SI)과 AI 기반 운영 서비스까지 확대하고 있다. 북미에서는 ESS 시스템 통합 전문 법인 버테크(Vertech)를 통해 설계부터 설치, 운영·유지보수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연구개발과 생산 투자도 이어간다.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는 소듐이온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리튬 대신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나트륨을 사용하는 제품이다. 원재료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ESS용 차세대 배터리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안에 ESS용 소듐이온 배터리 샘플 생산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북미 고객사에 시험용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리튬인산철(LFP)을 적용한 탭리스 2170 원통형 배터리도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탭리스는 배터리 내부 전류가 흐르는 경로를 개선해 저항과 발열을 줄이는 기술이다. 국내 ESS 입찰 참여 여부와 별개로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생산 기반 구축은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은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강조해 온 사업 효율화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 3일 열린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당시 발표한 3분기 매출은 9조64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ESS 출하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도 증가한 영향이다. 영업이익은 7560억원으로 25.7% 늘었다.

직원이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자료사진=LG에너지솔루션]
직원이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자료사진=LG에너지솔루션]

북미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신규 각형 배터리 생산라인도 확보해 내년 말까지 ESS 생산능력을 7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배터리 ESS 직접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규 고객사도 확보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3일 실적설명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되,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강화하여 제한된 자원으로 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불참 결정이 기존 사업 파트너와의 협상 결렬과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측과 협력해 2차 중앙계약시장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전남 해남 79㎽ 사업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3차 입찰을 앞두고 양측이 사업 조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KKR 측이 참여한 코리아기가플랫폼(KGP)은 이후 SK온과 협력해 이번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ESS 시장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반면, 기존 사업 파트너는 신규 물량 확보를 추진하면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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