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Where Cool Meets Warm–Studio Curtain’

호리아트스페이스서 12월 5일까지

이창남 ‘The Studio Curtain’.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이창남 ‘The Studio Curtain’.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낡은 작업실에 걸린 화려한 꽃무늬 커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가죽 가방과 벽시계, 창밖으로 펼쳐지는 서울의 빼곡한 건물들.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이 작가의 시선을 거쳐 새로운 회화적 공간으로 탄생한다.

이창남(62)의 개인전 ‘웨어 더 쿨 미츠 웜-스튜디오 커튼(Where Cool Meets Warm–Studio Curtain)’이 12월 5일까지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시각적 인식과 회화적 재현의 관계를 조명한다.

작가 주변의 사물과 자신이 머무는 작업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도시 풍경을 꾸준히 화폭에 담아왔다. 사물의 외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빛과 그림자, 색채와 형태가 맺는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모티프는 ‘커튼’이다. ‘The Curtain’(2026)과 ‘The Studio Curtain’(2026)에서 붉은색과 푸른색, 주황색 꽃무늬가 어우러진 커튼은 낡은 벽과 창틀의 차분한 색감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실내 공간에 미묘한 긴장감을 더한다.

작품 속 커튼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작가가 머무는 내부와 외부 세계를 가르는 경계인 동시에 두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실내의 사물에 머물던 작가의 시선은 커튼을 지나 창 너머의 풍경으로 확장된다.

이창남  ‘Old Briefcase’.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이창남 ‘Old Briefcase’.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오래된 가죽 가방을 그린 ‘Old Briefcase’(2020, 2025)와 벽시계, 조명기구를 담은 ‘Two Work Lamps and Wall Clock’(2025)는 작가 특유의 관찰력을 보여준다. 낡은 가죽의 주름과 금속 표면에 반사된 빛, 벽의 얼룩과 그림자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작업실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서울의 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New Apartment Buildings’(2018, 2025)와 ‘Seen from the Rooftop’(2018, 2026)은 서울 금호동 일대의 주택과 빌라, 새롭게 들어선 아파트, 멀리 보이는 한강과 고층 건물들을 담아냈다. 세밀한 색조와 명암으로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에는 같은 장소를 오랜 시간 바라본 작가의 경험과 기억이 녹아 있다.

이창남의 회화는 가까이에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 서로 다른 인상을 준다. 화면에 촘촘히 쌓인 색면과 붓질의 흔적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구체적인 형상으로 결합한다. 이는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창남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1994년 갤러리 이콘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학고재, 리안갤러리, 이화익갤러리, 문화역 서울 284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소장돼 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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