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젊은 여성들이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1위가 한국이란다. 아주 오랫동안 선망의 대상이었던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앞섰다. 중국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서울병’이라는 말이 퍼지고 있다. 떠나온 뒤 찾아 드는 그리움 속 향수병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하다. 그들의 나라가 그토록 얕잡고 비틀었음에도 MZ세대까지 물들이지는 못했다는 반증이다.

일본은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조선 인구의 절반 이상을 앗아간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자기네들의 연호를 써 그저 ‘분로쿠·게이초의 에키’라고만 한다. 조선정벌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조선 사람의 코와 귀를 베어 전과를 자랑했다거나 노략질하고 살육했다는 설명은 더더욱 없다.

대한제국을 조선으로 고친 후 부르며 강점했던 35년은 조선이 원했던 바이고 덕분에 근대화가 되었다고 사기쳤다. 그 긴 세월을 이 땅의 사람들이 겪었던 참담함이나 강제징용, 위안부, 일본식 이름 바꾸기, 일본말 강제 사용, 토지 강탈 등은 없었던 것처럼 생략했다. 철학이나 감정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무미건조한 단어의 나열이었다.

그러니 그 후의 일본인들이 ‘한국은 왜 저러냐’며 한국을 혐오하는 혐한 분위기가 일상처럼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고 피해자로 포장한 ‘요코이야기’나 ‘반딧불의 묘’도 버젓이 나오게 된 것이다. 대동아공영이라는 미명 하에 아시아 전체를 쥐 잡듯 잡은 것도 군국주의 일본이었다.

중국은 역사를 뒤틀었다.

우리의 반만년 역사를 부정하며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은 더 말할 가치도 없지만 우리 것이 뜨면 뭐든지 자기네 것이라고 우겼다. 일명 만물중국기원설이다.

김치, 한복도, 아리랑도 모두 따지고 보면 중국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그러면서 조선족을 들먹이고 속국 타령을 하고 있지만 조선족은 원래 우리 민족이었으니 스스로 중국 기원설을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속국 운운도 그렇다. 사정이 여의찮아 더러 사대는 했지만, 고구려처럼 말아먹은 적도 있었고 그게 겁나 만리장성을 쌓기도 했으니, 말이 되질 않는다.

나라가 조직적으로 밀고 있는 시스템인데 홍위병의 문화대혁명으로 전통문화를 불사르며 인민을 단순화하고 천안문 유혈 사태로 모두의 눈과 귀를 틀어막은 탓이겠다. 분명 가해자임에도 나라의 그 오랜 정책 때문에 일본과 중국의 기성세대에게 한국은 늘 눈엣가시였고 눈 아래 있었다. 그런데 한국이 선진국이 되고 세계 문화의 흐름을 바꾸는 문화대국으로 앞에 서게 되자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고 깔아뭉개 보려고 생트집을 잡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다. 그들이 원했던 반대 현상이 그들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제대로 가르치든 아니든 원하는 모든 걸 동시에 알 수 있는 세상 아닌가. 한국이 만든 노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진실이 속속들이 파헤쳐졌다.

그들에게 한국은 미움과 시기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가고 싶고 닮고 싶고 살아보고 싶은 자유롭고 정 많은 나라이다. 민주화된 선진국에서 태어난 우리의 젊은 세대도 당당하게 그들을 마주하고 있다. 나라가 뭔가를 강제로 주입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먹구름은 해를 잠시 가릴 뿐이다. 해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진실도 그렇다. 세상도 그러하다.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릴 생각을 하면 그게 누구든 정말 바보다.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영만 전 대표이사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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