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상·하원 압승이 확정된 5일, 한국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이 나란히 5%대 급락했다. 양 시장 모두에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인프라 종목이 폭락 수준의 충격을 받았다. 미국 주요 AI데이터센터 건립 지역에서 규제 강화, 계획 보류·중단을 강력하게 외쳤던 민주당 후보가 대거 당선되면서다. 한국 경제는 수출·경상수지·성장률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축포를 쏘기 전에 안전띠부터 매야 할 판이다. 정부는 6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미국 중간선거는 향후 글로벌 경제·통상 환경 변화의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AI 산업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로 어제 미 증시가 큰 폭 하락했고, 글로벌 증시에 대한 파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주가를 주저 앉힌 건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건립 지연·중단 가능성으로 인한 투자 위축과 반도체 및 인프라 기업의 매출·수익 둔화 우려다.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으로부터 뺏은 텍사스·조지아·오하이오·네바다·아이오와 등 5개 주에서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데이터센터는 미국 전체 전력 공급 프로젝트의 40%를 넘는다고 한다. 데이터센터 건립이 지연되면 서버에 들어가는 D램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도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민 반발 도화선이 돼 AI 대규모 투자에 금융 리스크, AI 수요 및 수익성 과잉 평가 우려 등 기존 회의론이 한꺼번에 증시를 삼켜버린 양상이지만, 미국-중국 간 경제·기술·군사 패권 경쟁의 핵심이 AI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시적 ‘속도조절론’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대형 기술기업들과 ‘장기공급계약’ 확대로 최소한의 안전판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지나친 공포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로선 AI에 대한 투자·기술·설비를 주저할 여유도 이유도 없다. 미국의 규제 강화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는 한편으로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과 수요 창출에 속도를 내야 한다. 미국의 예를 타산지석 삼아 3대 메가프로젝트 등 AI인프라 및 데이터센터 구축의 지역 수용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5일 서울대 강연에서 자사의 메가프로젝트 2100조원 투자에 대해 “발표하는 나조차 이게 정상적인가 싶었다”며 “미·중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 속에서 우리도 이렇게 베팅하지 않으면 쫓아갈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지금은 우리 경제·산업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요인이 복합돼 있는 분기점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 민관이 한 팀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 연방 뿐 아니라 주 정부·의회 규제 입법에 대응하는 외교채널의 다변화와 미 권력 변화에 따른 산업별 영향 검토 및 전략적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