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루 쓰나미’ 韓 증시 강타
코스피 8% 급락출발후 서킷브레이커
장중 4911.28…9개월만 5000선 하회
美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직격탄
삼전닉스, 장중 10% 이상 동반 급락
미국발 인공지능(AI) 관련주 투매 충격에 코스피가 6일 장중 5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개장한 지 불과 3분 만이다. 믿기 힘든 속도로 폭락한 코스피는 곧바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20분간 모든 거래가 멈춰 섰다. 재개된 이후에도 코스피는 5000선 밑으로 이내 떨어지며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각각 10%, 12% 안팎 급락했다. ▶관련기사 3·4면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0.54포인트(2.24%) 하락한 5263.26에 출발한 뒤 낙폭을 빠르게 확대해 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장 중 지수가 5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6일 이후 9개월 만이다. 코스피는 장중 4911.28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피가 개장 직후 8% 이상 하락하자 오전 9시 3분께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이때부터 20분간 매매가 중단됐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11번째로, 지난달 15일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서킷브레이커가 해제된 이후에도 지수의 급락세가 지속해 오전 9시 34분께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어제 이어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다.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한국형 공포지수’도 약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0분 현재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장보다 7.37포인트(12.66%) 오른 65.58을 기록했다. 60선을 돌파한 건 지난 8월 19일(장중 고점 61.02)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당시 글로벌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AI 투자 경쟁에 뛰어든 대형 기업들의 자금조달 우려가 커지며 코스피가 5% 넘게 급락했었다. 이 지수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변동성이 감지됐던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날 하락세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이 1331억원 순매도 중이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426억원, 865억원 순매수 중이다.
서킷브레이커 발동 직후 삼성전자 주가는 9.98% 하락한 18만1400원으로 20만원 선을 밑돌았고, SK하이닉스도 11.71% 내리며 111만6000원까지 주가가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23.98포인트(3.53%) 내린 654.43으로 출발한 뒤 낙폭이 확대돼 오전 9시 6분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발동된 17번째 매도 사이드카다.
코스피는 간밤 미국 증시에서 민주당 압승에 따른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기술주 중심으로 ‘투매’가 나온 영향에 급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샌디스크(-22.26%)와 마이크론(-17.46%),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13.40%) 등 AI 관련주가 두 자릿수 하락률을 나타내며 폭락했다.
이 여파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5.52% 하락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로 뉴욕증시가 충격을 받았던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2.25% 폭락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민주당이 의회뿐 아니라 텍사스와 조지아 등 데이터센터 산업이 집중된 주요 지역에서도 선거 승리를 거두면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나타난 현상이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미국 증시 폭락으로 미 증시에 개인투자자(서학개미)들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조회일 기준) 서학 개미들의 미 보유주식 평가액은 1794억5922만 달러, 한화로는 243조5261억원에 달했다. 미 증시에서 특히 서학개미들이 많은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폭락한 상태이다.
하루에만 5.52% 하락한 수치를 주식 보유 평가액에 반영하면, 99억614만 달러(13조4426억원) 수준이 하루만에 줄어든 셈이다. 실제로는 더 큰 손해가 예상된다. 서학개미들이 주로 보유한 주요 종목들의 낙폭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인 테슬라는 지난 5일 주가가 10.77% 폭락했다. 엔비디아도 9.26% 급락하기도 했다. 미국 반도체 지수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인 ‘속슬’(SOXL)은 30% 이상 폭락한 상태이다.
정부는 당장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증시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반응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강구하고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AI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며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을 촘촘히 점검하는 한편, 새로운 협력의 기회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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