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월렛 탑재 결제 활용 방안 준비

카뱅, 관광객 해외 결제 시장에 주목

비자 연간 코인 정산액 36조원 달해

여당, 정부안 공개뒤 신속 입법 추진

송호근(왼쪽부터) 카카오뱅크 부행장과 정정애 비자 상무,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 천창민 서울과기대 교수, 신상훈 연세대 교수, 박현수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금융의 기회와 전략’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송호근(왼쪽부터) 카카오뱅크 부행장과 정정애 비자 상무,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 천창민 서울과기대 교수, 신상훈 연세대 교수, 박현수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금융의 기회와 전략’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삼성·비자·카카오뱅크 등 기업권에서는 실제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조속한 제도 정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정부안이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신속한 법안 처리 의지를 내비치며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한국 금융의 기회와 전략’ 정책세미나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계속 늦어지면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다”며 “조만간 정부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안이 나오는 대로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최대한 빨리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통화주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지닌 경제적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며 “통화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과 정부의 준비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안 의원은 “민간은 앞서가고 정부는 뒤처져 있는 모습이지만 서로의 입장과 책임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고민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말 그대로 기본법”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현장에서 실제 발행되고 유통되려면 전자금융거래법과 특정금융정보법, 외국환거래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삼성월렛에 담길 것”=기업들은 이미 국내 스테이블코인 도입 이후를 대비한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박현수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는 이날 “지금은 입법이 지연된 상황이지만 삼성에서도 내년 토큰증권과 함께 스테이블코인도 도입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삼성월렛은 미국에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담을 수 있고 최근에는 60개국으로 송금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당연히 삼성월렛에도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지난달 미국 내 8200만대 갤럭시 기기를 대상으로 삼성월렛에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의 보관·송금 기능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은행 계좌나 카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계정에 달러를 충전하면 USDC로 전환되며, 출금할 때는 다시 달러로 전환된다”며 “거래 승인 시에는 매번 지문인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 금융계열사에서도 활용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카드사에서는 결제 시스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수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고 보험료도 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변화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카뱅 “테더 실생활 침투”·비자 “정산 연 36조원”=글로벌 결제기업 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정산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정애 비자 상무는 “비자와 해외 발급사, 매입사 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정산 규모가 이미 연간 약 36조원에 이른다”며 “연간 성장률로 보면 10배 이상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자는 글로벌 금융사·핀테크 기업과 참여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오픈USD’ 컨소시엄을 통해 발행 수익을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 파트너사에 배분하는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보관, 전송에 필요한 인프라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비자 스테이블코인 플랫폼도 출시했다.

송호근 카카오뱅크 부행장은 “지난해 말 브라질 인터넷은행 누뱅크와 스테이블코인 관련 협업을 논의하기 위해 컨퍼런스 콜을 진행했다”며 “남미에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한국 콘텐츠를) 편리하게 결제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누뱅크 측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그냥 쓰면 되는데 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려고 하느냐’고 물었다”고 첨언했다.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또한 송 부행장은 “강남 성형외과에 방문한 외국인들이 실장 개인 지갑으로 테더(USDT)를 보내고, 베트남 다낭 환전소에도 테더 지갑 주소가 적혀 있다”며 “지금 논의하는 변화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급여 지급도 사례로 들었다. 송 부행장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월급 100만원 대신 97만원어치의 USDT를 받겠다고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3%를 절감해 마진율을 30% 올릴 수 있다”며 “지금도 USDT로 급여를 지급하는 곳이 있다”고 전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사용처로는 외국인 관광객과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간 결제를 꼽았다. 송 부행장은 “K컬처와 K뷰티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먼저 공략해야 한다”며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결제를 실행하면서 국내외에서 많은 거래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예은 기자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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