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일제 폭락…나스닥 3400조원 증발

반도체지수 12%↓…6년만에 최대 낙폭

국채가격 급등세…안전자산 쏠림 심화

2년 만기 금리 하루만에 12bp 떨어져

월가 공포지수 28.18 폭등…금값 1% 상승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후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5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급락했다. 사진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로이터]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후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5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급락했다. 사진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로이터]

미국 국채금리가 기술주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산으로 큰 폭 하락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12% 넘게 폭락하는 등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국채와 금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모습이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이후 AI 산업 규제 강화와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채금리는 전 만기에 걸쳐 최대 12bp(1bp=0.01%포인트) 하락하며 9월 초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2년 만기 국채금리는 4일 4.58%에서 5일 4.46%로 하루 만에 0.12%포인트(12bp) 떨어졌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약 6bp 하락한 4.82% 수준에서 거래됐다.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국채금리 하락은 국채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국채금리 급락은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한 영향이 컸다.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급락하며 전날 중간선거 이후 기록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4%, 나스닥종합지수는 5.5%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나스닥 지수 구성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약 2조5000억달러(약 3400조원) 감소했다. 하루 기준 역대 최대 감소액이다.

특히 반도체 설계·제조·장비·유통 기업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SOX는 전장보다 12.2% 내린 9011.14에 마감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2020년 3월 16일(15.9%) 이후 약 6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종가 기준으로는 4월 10일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6월 22일 기록한 올해 최고치(14634.72)와 비교하면 38.4% 급락한 수준이다. 최근 5거래일 동안에도 21.8% 떨어졌다.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으로 AI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데이터센터 건설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주 매도세를 촉발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급등했다. VIX는 이날 전장 대비 약 69.7% 오른 28.18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28.36까지 치솟으며 8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국채시장은 지난달에도 2년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AI 투자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서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아온 한국과 대만, 일본 등의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도 미국 기술주 급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시작된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이 글로벌 주식시장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달러와 금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움직임이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01.49로 전장 대비 0.02% 상승하며 사실상 보합권에 머물렀다. 반면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0.46% 오른 달러당 157.63엔을 기록했다. 미국 국채금리 하락이 달러화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 가운데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엔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엔화는 전통적인 안전통화로, 기술주 급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값도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 금 현물가격은 1% 오른 온스당 4100.27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4146.63달러까지 오르며 2주여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국채금리 하락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높아진 데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유입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국채와 금이 동시에 강세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된다. 투자자들이 AI 관련 성장주에 집중됐던 투자 위험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가격 움직임만으로 실제 자금 유입 규모까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국채금리 하락과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기대도 약화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연준이 오는 12월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이날 단기 금리 옵션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에 대비한 거래도 나타났다. 내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베팅 역시 줄어들었다.

국채 옵션시장에서는 금리의 추가 하락에 대비한 거래가 활발해졌다. 특히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다음 주 말까지 4.7%로 떨어지거나 오는 20일까지 4.35% 수준으로 하락하는 시나리오에 대비한 거래가 포착됐다.

그레고리 파라넬로 사우스스트리트증권홀딩스 거시전략 책임자는 “오늘은 위험 회피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현재 수준에서 장기 투자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당분간 위험자산 대비 채권 가격의 움직임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서지연 기자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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