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로즈·랜디 오턴·샬럿 플레어

전설적인 父 뒤이어 정상급 스타로

미스테리오·아노아이·건 가문도

스팅의 두 아들은 뒤늦게 도전장

지난 4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WWE 레슬매니아 42에서 알렉사 블리스(왼쪽)와 샬럿 플레어가 여성 태그팀 챔피언십 페이털 4웨이 경기를 앞두고 소개되고 있다. 샬럭은 전설 릭 플레어의 딸이다. [게티이미지]
지난 4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WWE 레슬매니아 42에서 알렉사 블리스(왼쪽)와 샬럿 플레어가 여성 태그팀 챔피언십 페이털 4웨이 경기를 앞두고 소개되고 있다. 샬럭은 전설 릭 플레어의 딸이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프로레슬링의 전설 스팅(Sting)이 은퇴한 지 2년여가 흘렀지만, 그의 이름은 여전히 링 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번에는 스팅 자신이 아닌 두 아들을 통해서다. 미국 프로레슬링 단체 올 엘리트 레슬링(AEW)에서 활동하는 스티븐 보든에 이어 형 개릿 보든까지 프로레슬러로 데뷔하면서 스팅 가문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흥미로운 점은 두 형제 모두 처음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을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2024년 3월 스팅의 은퇴 경기 당시 아버지의 과거 캐릭터로 분장해 등장했던 형제는 그 경험을 계기로 프로레슬링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동생 스티븐이 먼저 훈련을 시작했고, 형 개릿도 링에 뛰어들었다.

스티븐은 지난해 10월 프로레슬러로 데뷔해 AEW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난 7월 토니 칸 AEW 대표는 그가 정규 방송에 앞서 치르는 비방송 경기에서 꾸준히 훈련하고 있다며 장래를 기대했다. 형 개릿은 올해 5월 더스틴 로즈가 운영하는 로즈 레슬링 협회(RWA)에서 데뷔했다. 아버지의 대표 기술인 스팅어 스플래시를 선보이며 첫 승리를 거뒀다.

지난 9월에는 AEW 비방송 경기에도 출전했다. 스티븐 역시 AEW 정규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9월 26일 AEW 올 아웃 경기 도중 머리를 다쳐 경기가 중단되는 시련을 겪었다.

스팅의 두 아들은 아직 정상급 스타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아버지의 은퇴를 지켜본 뒤 뒤늦게 레슬러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다른 명문가 후계자들과는 출발부터 다르다.

지난 4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WWE 레슬매니아 42에서 랜디 오턴(오른쪽)이 언디스퓨티드 WWE 챔피언십 경기에서 승리한 코디 로즈의 챔피언 벨트를 빼앗고 있다. 둘 모두 각각 레전드 밥 오턴 주니어, 더스티 로즈를 아버지로 둔 2세 스타플레이어들이다. [게티이미지]
지난 4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WWE 레슬매니아 42에서 랜디 오턴(오른쪽)이 언디스퓨티드 WWE 챔피언십 경기에서 승리한 코디 로즈의 챔피언 벨트를 빼앗고 있다. 둘 모두 각각 레전드 밥 오턴 주니어, 더스티 로즈를 아버지로 둔 2세 스타플레이어들이다. [게티이미지]

프로레슬링계에서 가족의 이름을 이어받는 일은 낯설지 않다. 미국 최대 단체 WWE와 AEW에는 전설적인 선수들의 아들과 딸이 대거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WWE의 코디 로즈다. 코디의 아버지는 미국 프로레슬링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아메리칸 드림’ 더스티 로즈다. 코디는 WWE에서 활동하다 단체를 떠나 독립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였고, AEW 창설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22년 WWE로 복귀한 그는 2024년 레슬매니아 40에서 로만 레인스를 꺾고 WWE 챔피언에 올랐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WWE 최고 타이틀 획득의 꿈을 아들이 완성한 순간이었다. 코디의 이복형 더스틴 로즈 역시 AEW에서 선수로 활동하며 후배 육성에 힘쓰고 있다. 스팅의 두 아들이 더스틴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연결고리다.

랜디 오턴은 대를 이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아버지 ‘카우보이’ 밥 오턴 주니어와 할아버지 밥 오턴 시니어에 이어 3대째 프로레슬러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단순히 가문의 이름에 기대지 않았다. WWE에서 세계 챔피언에 14차례 오르며 아버지를 뛰어넘는 업적을 쌓았다.

여성부에서는 샬럿 플레어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세계적인 프로레슬링 스타 릭 플레어다. 샬럿은 화려한 링 가운을 입거나 피겨포레그락 기술을 피니시로 쓰는 등 아버지의 상징적인 기술과 화려한 캐릭터를 계승하면서도 WWE 여성부의 대표적인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0년 10월 호주 시드니 엔터테인먼트 센터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 레슬링(WCW) ‘선더 다운 언더’ 대회에서 스팅(왼쪽)이 마이크 샌더스에게 목을 붙들려 있다. 스팅의 아들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프로레슬링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 2000년 10월 호주 시드니 엔터테인먼트 센터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 레슬링(WCW) ‘선더 다운 언더’ 대회에서 스팅(왼쪽)이 마이크 샌더스에게 목을 붙들려 있다. 스팅의 아들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프로레슬링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부자 관계 자체를 흥행 요소로 발전시킨 사례도 있다. 레이 미스테리오의 아들 도미닉 미스테리오는 처음에는 아버지와 함께 활동했지만, 2022년 아버지를 배신하고 악역으로 변신했다. 이후 아버지와의 갈등을 자신의 대표적인 이야기로 발전시키며 독자적인 인기를 얻었다.

WWE에서 가장 거대한 가문을 형성한 것은 사모아계 아노아이 가문이다. 로만 레인스는 전설적인 태그팀 와일드 사모안스의 멤버 시카 아노아이의 아들이다. 지미 우소와 제이 우소, 솔로 시코아는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리키시의 아들들이다.

제이컵 파투는 리키시의 쌍둥이 형제인 샘 파투의 아들이며, 최근 WWE NXT에 합류한 질라 파투는 고(故) 우마가의 아들이다. 이들은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WWE의 대표적인 장기 스토리라인 ‘블러드라인’을 이끌거나 그 주변에서 활약하고 있다. 가족의 역사 자체가 흥행 자산이 된 것이다.

AEW에도 명문가의 후계자들이 적지 않다. 훅은 ECW와 WWE에서 활약한 태즈의 아들이다. 오스틴 건과 콜튼 건은 WWE 명예의 전당에 오른 빌리 건의 아들들로, 형제 태그팀을 결성해 AEW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25년 8월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WWE 서머슬램 2025에서 도미닉 미스테리오가 인터콘티넨털 챔피언십 경기를 앞두고 입장하고 있다. 도미닉은 레이 미스테리오의 아들이다. 몸은 아직 덜 만들어졌지만 키는 아버지보다 더 크다. [게티이미지]
지난 2025년 8월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WWE 서머슬램 2025에서 도미닉 미스테리오가 인터콘티넨털 챔피언십 경기를 앞두고 입장하고 있다. 도미닉은 레이 미스테리오의 아들이다. 몸은 아직 덜 만들어졌지만 키는 아버지보다 더 크다. [게티이미지]

닉 웨인은 프로레슬러 버디 웨인의 아들이다. 어린 나이에 링에 데뷔해 주목받았으며, AEW에서 크리스천 케이지와 얽힌 이야기로 존재감을 키웠다. 이 밖에도 AEW의 데이비드 핀레이는 베테랑 레슬러 핀레이의 아들이고, 제프 재럿 역시 프로레슬러이자 흥행업자였던 제리 재럿의 뒤를 이은 2세 스타다.

명문가 출신이라는 사실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아버지의 이름은 데뷔부터 관심을 끌 수 있는 자산이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비교당해야 하는 부담이기도 하다.

코디 로즈와 랜디 오턴, 샬럿 플레어처럼 부모의 명성을 넘어선 선수들이 있는 반면,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스팅의 두 아들처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후계자들도 있다.

전설은 은퇴했지만, 가문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프로레슬링의 명문가들이 세대를 넘어 새로운 주인공을 만들어내고 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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