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주요 단지 ‘공정률 0%’ 학계 입장

“착공 후 5~6개월까지 공정률 5% 미만”

“실착공 기준 전환 땐 통계 혼선, 지연 사유를 봐야”

약 1만4600가구 규모 신규 택지 후보지로 선정된 경기 구리시 사노동 건원지구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연합>
약 1만4600가구 규모 신규 택지 후보지로 선정된 경기 구리시 사노동 건원지구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정부가 ‘닥공(닥치고 공급)’에 나선 가운데 공공주택 착공 실태를 ‘공정률’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학계의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착공 이후에도 현장 준비, 가설공사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특성상 낮은 공정률만으론 ‘서류상 착공’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퍼실리티매니지먼트학회는 6일 이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통해 “공정률은 금액 기준 지표로, 착공 초기에는 낮은 것이 일반적”이라며 “공정률 수치만으로 착공의 실체를 판단하는 것은 건설 현장의 현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자체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착공된 212개단지(108개 지구) 중 58개단지(36개 지구, 3만3000호)의 공정률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실제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서류상으로만 착공 실적을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착공 실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건설형 공공주택 착공 목표는 5만1783가구이지만 실제 착공은 1만3293가구로 달성률이 25.7%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공급 목표에 비해 착공 실적이 못미친다는 지적이 추가로 나왔다.

학회는 낮은 공정률을 근거로 실제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착공 이후 본공사까지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건설 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명식 한국퍼실리티매니지먼트학회장(동국대 교수)은 “착공신고와 가설공사 등 기준상 45일 이상의 준비 과정을 거쳐야하며, 이 기간도 공사기간에 포함된다“며 “주택건설 분야에서 계약상 착공일을 공사의 시작으로 보는 것도 이날부터 공사기간과 시공사의 이행의무가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정률은 금액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착공 초기에는 낮은 것이 일반적이라고도 전했다. 이 회장은 “공정률은 기성금을 총 공사금액으로 나눈 값으로 현장에서 움직이더라도 기성금으로 청구되기 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며 “기성금이 분기 단위로 지급돼 실제 공정과 시차도 생긴다”고 말했다.

학회에 따르면 착공 초기에는 공사비 비중이 작은 가설· 토목 공사 위주로 진행돼 통상 계약 착공 후 5~6개월까지는 공정률이 5% 미만 수준에 머물고, 골조공사가 본격화되면 대폭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가 시작된 뒤에도 오염토, 문화재 등 예측하지 못한 현장 여건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공정률 또한 멈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공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게 학회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지연 현장을 정확히 알기 위해선 단순 수치가 아닌, 개별 사유를 짚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착공 지표를 ‘실착공’으로 바꾸는게 능사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실착공은 터파기, 기초공사 등 어느 단계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시점이 달라지고, 현장 여건에 따라 집계 기준도 제각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처럼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기 힘든 건설 현장에 탁상행정식 기준이 수립될 경우, 점검·감리 기준과 기성 등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한 집계 물량 중복과 과거 실적과의 단절로 통계는 물론 정부 정책의 신뢰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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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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