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월 유럽 4개국, 아이스 커피 판매 ‘쑥’
단백질 라테부터 가정용 제품까지 다양화
젊은 층이 주도, 유럽의 기온 상승도 영향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유럽인은 아이스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는 통념도 옛말이다.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는 이들이 늘고, 다양한 재료를 접목한 신메뉴가 등장하고 있다.
유럽은 커피와 카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린 곳이다.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시는 전통이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커피에 자부심이 높은 이탈리아에서는 “아이스 커피는 커피도 아니다”라며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도 있다. 한국인이 유럽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시려면 뜨거운 커피에 얼음 잔을 따로 주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통 커피 문화가 달라지는 분위기다. 유럽 내 아이스 커피 확산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룩셈부르크의 시장조사기업 파이어(Fyre)에 따르면 올해 2~8월 영국·네덜란드·프랑스·독일 외식업계의 아이스 커피 판매량은 4개국 모두 전년 동기보다 두 자릿수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네덜란드가 44%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영국(39%), 프랑스(20%), 독일(19%)이 뒤를 이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아이큐(NielsenIQ)도 유럽의 아이스 커피가 틈새시장을 벗어나 주류 음료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짚었다. 닐슨아이큐가 10월 발표한 ‘2027 음료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영국인 설문조사에서 소비자의 약 3분의 1(32%)이 “시중에서 판매하는 아이스 커피를 즐긴다”고 답했다. 닐슨아이큐는 “55세 이상 소비자의 구매도 점차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 영국 매체 비버리지데일리는 10월 “아이스 커피가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얻자, 식품 업체들은 혁신적이고 특별한 맛을 더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시럽을 넣거나 과일 향, 기능성 원료를 추가하는 방식 등이다.
특히 단백질 파우더는 업체들이 아이스 커피 차별화를 위해 주목하는 기능성 첨가물이다. 영국에서 6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카페 체인 카페네로(Caffè Nero)는 10월 단백질 25g이 든 ‘아이스 바닐라 프로틴 라테’를 선보였다. 영국 스타벅스도 4월 유청 단백질 15g을 담은 ‘프로틴 콜드폼’을 출시했다.
가정용 제품 개발도 활발하다. 네스프레소(Nespresso)의 아이스 커피용 캡슐이나 커피 브랜드 켄코(Kenco)의 아이스 커피용 분말 커피가 대표적이다.
유럽의 아이스 커피 붐을 이끄는 세대는 젊은 층이다. 트리스탄 호버 유로모니터 글로벌 음료 인사이트 매니저는 “젊은 세대는 커피를 대하는 태도가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취향대로 커피를 조합하거나 새로운 메뉴를 즐기는 데 훨씬 개방적”이라며 “아이스 커피는 이런 흐름에 잘 들어맞는 품목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이 아이스 커피가 빠르게 확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호버 매니저는 또 다른 요인으로 유럽의 기온 상승을 꼽았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2024년 유럽의 연평균 기온은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2025년에도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올해 여름(6~8월)에는 서유럽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다.
호버 매니저는 “날씨가 더워지면 뜨거운 커피의 매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올해 유럽의 기록적인 폭염에서 아이스 커피를 만드는 커피 농축액은 주목받는 제품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커피 농축액이 유럽 소매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럽 내 한류도 한 요인이라고 해석한다. K-드라마와 K-카페의 인기로 아이스 커피를 즐기는 한국 문화가 유럽에 알려졌다는 의견이다. 실제 K-카페는 유럽인 사이에서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흑임자 라테’, ‘고구마 라테’ 등 메뉴는 외국인에게 새로운 경험이 된다. 한국 편의점에서 얼음컵에 커피 액을 부어 마시는 조합도 인기다.
황예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프랑크푸르트지사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카페뿐 아니라 즉석음용(RTD) 시장에서도 아이스용 제품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아이스 커피에 대한 유럽인의 관심은 아이스 커피 제조에 능숙한 국내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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