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본점 스크린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이상 하락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연합]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본점 스크린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이상 하락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연합]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1조4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증시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6일 코스피가 장 초반 ‘오천피’를 반납한 가운데 연기금이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를 막아낼 ‘소방수’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107억원 순매수했다. 지난달 30일 8929억원을 시작으로 이달 2일 1699억원, 3일 1138억원, 4일 73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피가 5% 하락한 전날도 1601억원 순매수하며 5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이날도 오전 9시 35분 기준 130억원 순매수 중이다.

지난달 30일 순매수 규모는 2022년 1월 27일(약 1조2000억원) 이후 최대이자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연기금은 8월과 9월 각각 6608억원, 5821억원을 순매도했다. 두 달 연속 국내 주식을 팔아온 연기금이 코스피 급락을 계기로 대규모 매수에 나선 것이다.

연기금의 매수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연기금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2757억원, 23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두 종목의 합산 순매수액은 5077억원으로, 전체 순매수액의 약 40.6%를 차지했다.

연기금의 대규모 순매수는 주가 하락에 따른 리밸런싱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기금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정해두고 주가 하락으로 주식 비중이 낮아지면 이를 다시 채우는 역추세 매매 성향을 보인다.

국민연금 역시 자산배분 비중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주식을 사고판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지난 8월 말 기준 25.8%로 목표 비중(20.8%)을 5%포인트 웃돌았다.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를 적용한 상단인 26.8%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후 코스피가 8월 말 대비 20% 넘게 하락하면서 국내 주식의 추가 매수 여력이 확대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달 30일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을 22.5%로 추정했다. SAA 허용 범위 2%포인트와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 범위 6%포인트를 모두 적용하면 허용 상단까지 6.3%포인트의 여유가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국민연금의 추가 매수 여력은 약 10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준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은 8월 말 허용 상단에 못 미쳤고 이후 코스피가 하락하며 비중도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달 30일 이후 연기금의 매수 확대는 허용 상단까지 매수 여력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의 매수세가 향후 증시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실제 지난 4일엔 연기금의 매수세가 증시 하락을 방어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5800선을 넘어섰다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에 5421.72까지 급락했다. 이후 연기금을 중심으로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반등에 성공해 전 거래일 대비 0.62% 오른 5683.80에 거래를 마쳤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날) 코스피가 장중 4000선까지 밀리면서 연기금의 방어 매수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의 매수세에도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는 증시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총 9조3687억원어치 코스피를 팔아치웠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레버리지 축소와 옵션 헤지성 매도가 확대된만큼 한국에서도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 매도가 이어질 경우 지수 하락폭이 주가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이클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중기적인 전망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반등 모멘텀은 외국인 수급 안정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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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27786?sec=004

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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