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정숙성과 편안한 승차감
운전석 넉넉한 공간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주행 정보 한눈에
뒷좌석은 ‘VIP 라운지’
1회 충전 최대 508㎞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운전석에선 고요한 주행감에 감탄했다. 하지만 진짜 놀라움은 뒷좌석에 앉은 순간 시작됐다. 천장에서 31.3인치 대형 스크린이 내려오자 전동식 선블라인드가 자동으로 펼쳐졌다. 외부 빛이 차단되고 실내 조명까지 어두워지면서 뒷좌석은 순식간에 작은 영화관으로 변했다.
시트에 몸을 기대고 마사지를 받으며 영상을 감상하는 동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을 정도였다. BMW i7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라운지’에 가까웠다.
지난 4일 경기 가평군에서 서울 광진구까지 약 1시간 동안 BMW의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 ‘더 뉴 BMW 7시리즈’의 순수전기 모델 i7을 시승했다.
차량에 다가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거대한 차체와 전면부 디자인이다. 길이 5395㎜, 너비 1950㎜에 달하는 차체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이번 부분변경 모델은 BMW의 차세대 디자인 철학인 ‘노이어 클라쎄’를 반영해 외관을 새롭게 다듬었다. 기존 모델의 대형 키드니 그릴은 윤곽을 더 날렵하게 정리했고, 한층 얇아진 분할형 헤드라이트에는 다이아몬드 커팅을 거친 크리스털이 적용됐다.
이전 모델의 다소 과감했던 인상이 한층 정제되면서 웅장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플래그십 세단다운 존재감은 유지하면서 디자인 완성도는 한 단계 높아졌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남달랐다. 스마트키를 이용해 도어를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차체에 마련된 자동문 기능은 차량에 탑승하고 내리는 짧은 순간까지 특별하게 만들었다. 고급 세단이 단순히 잘 달리는 차를 넘어 탑승객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운전석에 앉자 예상보다 넓은 공간이 먼저 체감됐다. 특히 발을 두는 공간이 여유로웠고, 시트 쿠션은 몸을 편안하게 받쳐줬다. 전방 시야도 시원하게 확보됐다. 거대한 차체를 움직여야 한다는 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 i7의 가장 큰 장점이 드러났다. 바로 정숙성이다. 전기차 특유의 조용함을 감안하더라도 실내로 전달되는 소음이 상당히 억제됐다. 가속 페달에 발을 얹으면 커다란 차체가 매끄럽게 속도를 높였고, 주행하는 내내 실내에는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외부 도로에서 벌어지는 소란과 실내 공간이 분리된 듯한 느낌이다.
승차감도 인상적이다. 도로 위를 떠다니는 듯 과장된 느낌보다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는 안정감이 돋보였다. 급격한 움직임보다 차체를 차분하게 제어하는 데 무게를 둔 듯 했다. BMW 특유의 운전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플래그십 세단에 요구되는 편안함을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는 전 모델에 기본 적용된 어댑티브 2-액슬 에어 서스펜션이 한몫했다. 도로 상황에 맞춰 차체 높이와 충격 흡수 특성을 조절하며, 뒷바퀴를 최대 3.5도까지 조향하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은 큰 차체를 다루는 부담을 줄여줬다.
운전석의 디지털 환경도 새로웠다. 앞유리 하단을 가로지르는 ‘BMW 파노라믹 비전’은 기존 계기판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했다. 내비게이션과 각종 주행 정보가 운전자 시야 앞에 펼쳐지면서 시선을 크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티맵 기반의 한국형 BMW 내비게이션도 적용돼 국내 도로에서의 익숙함을 더했다.
전체적으로 운전석에서 경험한 i7은 나무랄 데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차의 진가는 직접 운전할 때보다 누군가의 의전을 받는 뒷좌석에서 더욱 빛났다.
뒷좌석 도어에 마련된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트 위치부터 공조, 조명,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조절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기능을 작동시켰다. 버튼 하나를 누르자 앞쪽 동승석이 앞으로 접히면서 뒷좌석 탑승자가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뒷좌석 등받이는 최대 43도까지 젖혀졌다. 몸을 깊숙이 기대자 일반적인 자동차 뒷좌석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여유가 느껴졌다.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넘어 퍼스트 클래스에 가까운 공간이다.
이어 마사지 기능을 켜자 또 한 번 감탄이 나왔다. 푹신한 시트에 몸을 맡긴 채 마사지를 받으니 차 안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다. 앞좌석에서도 마사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탑승 위치에 관계없이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31.3인치 ‘BMW 시어터 스크린’은 뒷좌석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스크린이 내려오자 전동식 선블라인드가 자동으로 올라가면서 실내가 한층 아늑해졌다. 8K 해상도를 지원하는 대형 화면은 선명했고, 터치 조작으로 화면 위치와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필요하지 않을 때는 스크린을 뒤쪽으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유튜브와 디즈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간이 단순히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영화와 음악을 즐기는 여가 시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새롭게 추가된 500만 화소 카메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거나 노트북을 연결해 업무용 화면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음향은 기대 이상이다. 음악을 재생하자 소리가 단순히 귀로 전달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 전체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특히 뒷좌석에서 느끼는 입체감과 공명감이 인상적이다. 시트까지 진동이 전달되면서 마치 공연장 한가운데 앉아 음악을 듣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상위 모델에 적용되는 바워스 앤 윌킨스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최대 36개의 스피커와 1965W 출력을 지원한다. 돌비 애트모스와 시트 진동 기능까지 결합해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대형 스크린이 내려와도 운전자의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세심했다. 실내 룸미러를 디지털 화면으로 전환하면 후방 카메라 영상이 나타난다. 뒷좌석 승객이 시어터 스크린을 펼쳐도 운전자는 뒤쪽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BMW는 이번 부분변경 모델에 6세대 eDrive 기술을 적용하며 전동화 성능도 강화했다. 원통형 배터리 셀과 실리콘 카바이드(SiC) 인버터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주행거리를 늘렸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i7 50 xDrive와 i7 60 xDrive 모두 508㎞다. 고성능 모델인 i7 M70 xDrive는 492㎞를 달릴 수 있다. 급속 충전은 최대 250㎾까지 지원하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8분이 걸린다.
가격은 i7 50 xDrive가 1억6990만~1억7290만원, i7 60 xDrive가 2억1490만~2억1790만원이다. 최상위 고성능 모델 i7 M70 xDrive는 2억3500만원이다. 가격이 만만치 않고, 5.4m에 가까운 차체가 좁은 도로나 주차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운전하는 순간에도 만족스럽지만, 운전대를 내려놓으면 더 매력적인 차. BMW i7은 ‘움직이는 라운지’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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