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경찰서 (13) 서울 수서경찰서
대한민국 경찰의 창경 81년,
헤럴드경제는 서울의 31개 경찰서를 소개합니다.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남쪽 지역은 서울의 모든 모습이 총망라된 동네다. 이름난 부촌과 서울 마지막 판자촌이 공존하는 곳이며 한국의 교육열을 대표하는 ‘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도 있다. 이 지역은 거주·교육뿐 아니라 강남 상업지구까지 일부 품고 있다.
특히 테헤란로 남쪽은 강남구 면적의 64%, 전체 인구의 70%(약 39만명)가 몰린 곳이다. ▷대치(1·2·4)동 ▷역삼1동 일부 ▷역삼2동 ▷개포(1·2·3·4)동 ▷도곡(1·2)동 ▷일원 본·1동, 수서동, 세곡동 등 강남구 22개 동 가운데 15개 동이 속한 강남의 ‘베드타운’ 격인 동네다. 정주 인구가 많은 만큼, 시민의 안전한 생활을 위한 치안 유지도 필수적이다. 더불어 최대 학원가가 형성돼 있어 ‘청소년’도 이 동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강남권 교통 요충지라는 점도 특징이다. 수서역은 서울·용산·청량리역과 함께 서울과 지방을 잇는 거점이다. 2016년 12월 SRT 출발역으로 문을 열고, 지난 9월부터는 KTX가 출발하는 역이 됐다. 지난 2024년부터는 GTX-A 노선이 추가돼 유동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처럼 강남구 테헤란로 남쪽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는 수서경찰서는 개포동을 거점으로 지난 1998년 2월 개서했다. 2006년 인접한 강남·송파경찰서와 관할 지역을 조정해 현재의 관할권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은 대치·도곡·일원·개포 4곳의 지구대와 수서·대왕 2곳의 파출소로 지역의 치안을 지키며, 경찰관 1명이 시민 564명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굵직한 사건도 순조롭게 해결했다. 지난달 역삼동에서 연쇄 방화를 저지른 이명수(77)를 범행 4시간 만에 검거하고, 집요한 수사로 그의 살인 의도를 밝혀내 ‘살인 미수’ 혐의까지 적용했다.
또 강남 구룡마을에서 13시간 가까이 이어진 화재도 큰 인명피해 없이 수습하는 등 최근 서울의 주요 사건·사고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수서경찰서가 특히 집중하는 곳은 ‘대치동 학원가’다. 이 지역에서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가 끊이지 않자, 강도 높은 조치도 취했다. 서울시와 수서경찰서는 지난 9월 30일부터 도곡초 주변 1.63㎞ 구간을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정오부터 오후 11시까지 PM 통행이 금지됐다. 금지 시간을 어기고 이동하다 적발되면 일반도로에서는 범칙금 3만원과 벌점 15점, 어린이보호구역은 범칙금 6만원과 벌점 30점을 부과하고 있다.
[수서경찰서의 얼굴들]
도난 신고 기억해 예방 포스터 만들어 배포한 대치지구대 김종곤 경사
지난 5일 수서경찰서에서 만난 김 경사는 오른쪽 무릎에 보호대를 하고 절뚝거리며 나타났다. 최근 거구의 주취자 폭력 신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인대가 파열됐다고 한다. 살신성인으로 대치동 일대 치안을 지키는 그는 신고 1건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 세심한 경찰관이다.
김 경사는 대치동 일대에서 차량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대치동 학원가에서 자전거 도난 사건이 끊이지 않자 직접 예방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하고 다녔다.
김 경사의 세심함 덕분이다. 김 경사는 외부인이 아파트 주차장에 침입해 차량에서 물품을 훔친 사건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비슷한 사건이 4건 정도 발생했다”며 “경찰관이 비슷한 유형을 인지한 이상 간과할 수는 없었다”고 포스터 제작 배경을 밝혔다.
김 경사는 주차장 내 사이드미러가 펼쳐져 있는 차량이 표적이 된다는 공통점을 확인하고, 위험성을 알리는 포스터를 직접 제작해 약 1만3000세대가 몰린 관내 아파트에 직접 배포했다.
또 대치동 학원가와 아파트 단지에서 반복되는 자전거 도난 사건도 방지하고자 잠금장치 주의 포스터도 제작했다.
김 경사는 “딱 보면 ‘경찰다운 경찰’이 되고 싶다”며 “시민이 저를 봤을 때 ‘저 경찰관은 제대로 일을 한다’, ‘신고했더니, 정말 도움이 됐다’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둠과 사투 끝 88세 할머니 구한 임성택 경감
현장 목소리 놓치지 않는 권다인 경사
임성택 경감은 수사관답게 발달한 오감으로 위기의 실종자를 찾아냈다. 지난 9월 범바위산에서 실종된 88세의 할머니를 어둠 속에서 구해냈다.
당시 임 경감 등 초동대응팀을 비롯해 대왕파출소·기동대 등은 오후 10시께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 초동대응팀은 관내 위급 사건이 발생하면, 본연의 업무를 하다가도 출동하는 당번식 역할이다.
임 경감은 “산에 올라가는데, 수색을 중단하고 하산하던 소방관들과 마주쳤다”며 “‘어둠과의 사투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임 경감은 수색대의 후방을 맡아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던 중 등산로 바깥에서 ‘작은 소리’가 날아와 임 경감의 귀에 꽂혔다. 작은 소리였기에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임 경감은 이 단서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제가 귀가 좀 밝다”며 “팀원들에게 그 주변을 찾아보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 경감의 말을 듣고 팀원들이 주변을 수색한 끝에 지팡이 하나로 간신히 버티고 있던 할머니를 구해냈다.
임 경감은 요구조자를 구한 순간을 잊지 못해 아직도 당시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는 “끝까지 찾길 잘했다는 안도감과 보람이 커서 사진으로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동대응팀 총 6명이 올라갔는데 직원들이 다 열심히 해서 요구조자를 구할 수 있었다”며 “한 직원은 그날 새 신발을 신고 나왔는데, 수색을 마치니 새까맣게 될 정도였다”고 했다.
임 경감에게 투철한 봉사정신의 이유를 묻자 “‘약자에게는 도움되는 경찰, 나쁜 사람에게는 무서운 경찰이 되자’는 마음으로 근무한다”며 “그런 마음가짐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초동대응팀과 긴밀히 소통하는 범죄예방과 소속 권다인 경사는 현장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권 경사는 최근 초동대응팀의 수색 장비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 서울경찰청장 표창에도 건의됐다. 얼마 전엔 자치위원회 표창도 받은 인재다.
권 경사는 현장 출동 경찰관들이 복귀 후 내놓는 의견을 흘려듣지 않았다. ‘장비가 부족하다’, ‘길을 찾기 어려웠다’ 등 얘기를 허투로 듣지 않았다. 현장의 어려움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고심하던 권 경사는 우선 장비 확충을 건의했다.
그는 “초동대응팀이 화재 현장 나갈 때도 마스크를 빌려서 급하게 쓰고 나가는 게 너무 속상했다”며 “장비를 확충하자고 건의를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야간 수색 장비도 확충했다. 지역경찰 세출예산 배정에 따른 긴급대응장비 항목을 집행해 전 지역관서 순찰차별 고성능 멀티랜턴을 보급했고, 캐미라이트 등 표식 도구도 순찰차별로 보급했다. 또 야간 수색 시 수색자의 퇴출로 확보도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참고해 전용 앱 사용도 도입했다.
이달 22일 새 신랑이 되는 수서경찰서 교통안전 2팀 오승훈 경장은 얼마 전 위기에 처한 부부를 구해냈다. 하혈 증세를 보여 응급실로 향하던 임산부를 병원까지 무사히 호송했다.
오 경장은 “당시 출근시간이어서 교통 정체가 심한 때였다”며 “임산부가 서울삼성병원으로 향하는 중 신고가 들어와서 호송을 했다”며 “요구조자가 위급한 상황이라 사이렌을 켜고, 응급환자라고 방송을 하면서 길을 텄다”고 회상했다.
오 경장이 앞장을 서자 20분이 소요되는 경로를 10분 만에 주파해 무사히 병원에 도착했다. 오 경장은 “병원에 도착하고, 요구조자 남편이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며 “이날 일처럼 시민 곁에서 늘 든든한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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