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대구경북취재본부장]
[김병진 대구경북취재본부장]

국립경국대 의과대학 신설이 확정됐다. 경북도민에게는 오랜 숙원이 현실이 된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는 지난 4일 의대 정원 40명을 배정하고 2030학년도 개교를 목표로 500병상 이상 규모의 교육병원 건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북 의료의 새로운 출발점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의대 신설 자체가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의대 건물을 짓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진정한 성공은 얼마나 실력 있고 책임감 있는 의사를 배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북은 넓은 면적과 높은 고령인구 비율, 농어촌 지역의 의료 접근성 부족 등 구조적인 의료 문제를 안고 있다.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기 어렵고 소아·분만·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도 심각한 과제다. 지역 주민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큼 의학교육의 질을 확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전국의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 첨단 연구시설과 충분한 임상실습 환경을 마련해 신설 의대라는 이유로 교육 수준이 뒤처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교육병원은 단순한 진료시설이 아니라 미래 의료인을 키우는 교육의 중심이어야 한다. 충분한 병상과 전문의료인력, 다양한 진료과목과 응급의료체계를 갖춰 학생들이 풍부한 임상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의사의 경쟁력은 의학 지식과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인성, 의료적 판단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도 갖춰야 한다. 지역사회 봉사와 농어촌 의료현장 실습 등을 통해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의사를 양성해야 하는 이유다.

지역 간 의료인력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성장한 인재를 선발해 교육하고 의사 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하지만 인재를 선발하고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졸업 후에도 지역에 정착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도 졸업 후 수도권 또는 타지역으로 떠난다면 지역의료 개선이라는 설립 취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역인재 선발에서 의학교육, 전공의 수련, 전문의 배출, 지역 의료기관 취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합리적인 보상, 연구 기회와 양질의 수련환경도 뒷받침돼야 한다. 지역에 남으라고 요구하기 전에 지역에서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아울러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권 의료기관과 대구·경북의 대학병원, 공공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교육과 연구, 진료 분야의 공동협력은 지역 전체의 의료 수준을 높이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경북도와 안동시·예천군, 국립경국대 역시 의대 설립을 일회성 사업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우수 교수진 확보와 교육병원 건립, 첨단 연구시설 구축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정부도 재정과 인력, 제도적 지원을 통해 의대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립경국대 의대 신설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의대 정원 몇 명을 확보했느냐보다 그 학생들이 어떤 의사로 성장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의과대학은 건물의 크기나 정원의 숫자가 아니라 졸업생의 실력과 환자의 신뢰,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로 평가받는다.

지역에 의대를 세우는 것은 미래를 심는 일이다. 그 미래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좋은 의사는 환자를 살리고 좋은 의과대학은 지역을 살린다. 국립경국대 의대가 경북의 희망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의 새로운 희망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kbj765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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