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무게

거래소 오지급 재발 방지·손해배상 책임 담길 듯

거래소 지분 제한·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걸림돌

美는 지급형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EU 통합 규제 시행

강남구 빗썸라운지. 윤창빈 기자
강남구 빗썸라운지.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사업자 규율을 포괄할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이 이달 공개될 예정이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이견에 정부안 제출과 국회 논의가 거듭 늦춰진 끝에 다시 입법 일정이 잡히는 모양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사업자 규율을 법제화한 가운데, 한국도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대신 산업과 투자자 보호의 기본 틀을 먼저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8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 협의를 마무리해 이달 중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법안은 정부안의 내용을 바탕으로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된다. 여당은 정부안이 나오면 국회 논의를 서둘러 연내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안·공청회 지연…핵심 쟁점 놓고 이견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가상자산사업자 인가, 거래소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 기존 법체계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영역을 포괄하는 업권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앞서 법안이 135개 조문에 이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법안 논의는 당초 예상보다 길어졌다. 정부안은 지난해 하반기 마련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제출 시점이 연이어 미뤄졌고, 올해 초 제시됐던 처리 목표도 지키지 못했다. 정부안 제출이 늦어지면서 지난 9월 예정됐던 공청회도 무산되는 등 국회 논의 일정이 차질을 빚었다. 기존 의원 발의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정부안이 나오지 않아 쟁점별 병합 심사도 본격화하지 못했다.

지연의 배경에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이견이 있다. 금융당국은 거래소가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바뀌고 시장 인프라로서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만큼 지배구조도 이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수 창업자나 주주에게 과도한 지배력이 집중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대주주 지분을 대체거래소(ATS)에 준하는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분 제한이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발해왔다. 이에 기존 거래소가 지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1∼2년의 유예기간을 주거나, 지분 자체 대신 초과 보유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규제 수준과 경과조치는 정부안 공개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놓고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과 핀테크 등 기술기업 참여 확대 의견이 맞서왔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반면, 업계는 기술기업의 참여가 제한되면 혁신과 활용처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안에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 방식이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급형 코인 법제화…EU는 사업자 통합 규율

해외 주요국은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사업자 규율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 7월 지급형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감독 체계를 담은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제정했다. 이 법은 허가받은 발행자만 지급형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달러나 단기 국채 등 유동성 자산으로 준비금을 뒷받침하도록 규정했다. 발행자의 준비금 공시와 자금세탁방지 의무도 포함했다.

EU는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와 가상자산서비스사업자에 공통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관련 규정은 2024년 6월 스테이블코인 조항부터 적용됐고, 같은 해 12월부터는 나머지 주요 규정이 시행됐다. 거래소 등 사업자는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대주주가 일정 지분을 취득하거나 늘릴 때 감독당국에 사전 통지하도록 했다. EU 방식은 한국에서 거론되는 일률적인 15∼20% 지분 상한과 달리, 일정 지분 이상 취득에 대한 감독과 심사를 두는 구조다.

일본은 법정화폐 가치와 연동되고 액면 상환을 약속하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자를 은행, 자금이동업자, 신탁회사로 제한한다. 발행 주체를 금융기관으로 한정하되 각 업종에 맞춰 이용자 상환과 준비자산 보전 의무를 두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논의되는 은행 중심 발행 모델과 닮은 점이 있지만, 일본은 비은행 자금이동업자와 신탁회사에도 발행 경로를 열어뒀다.

해외 사례는 발행자를 은행으로 한정할지, 기술기업의 참여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따라 제도 설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거래소 지분 규제 역시 지분 상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의결권 제한 등 여러 방식이 가능하다. 국내 법안도 안정성과 이용자 보호를 확보하면서 산업 진입과 혁신을 과도하게 막지 않는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가 관건이다.

과세 유예 계기로 입법 재촉…사고 책임도 쟁점

최근 입법에 속도가 붙은 배경에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논의가 있다. 여권은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다시 미루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우선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해 전체적인 틀을 세우고 기업과 투자자들의 적응 기간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과세 유예와 함께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안에는 올해 초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와 같은 전산·운영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항도 담길 전망이다. 해킹이나 전산 사고 때 사업자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방안, 고객에게 맡겨진 가상자산을 실제 보유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등 제재를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는 사업자 유형별 인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규제와 함께 산업 경쟁력을 높일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종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인가 단위를 설정해 명확한 법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파생상품 거래 허용 등 해외로 유출되는 자본을 줄일 경쟁력 강화 방안도 폭넓게 다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안 공개가 다시 미뤄지거나 국회 심사가 길어지면 제도 공백도 이어질 수 있다. 과세를 유예하는 동안 이용자 보호와 사업자 규율,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준을 어디까지 구체화할지가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실효성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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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 삼성월렛 머니는 지난달 26일부터 중국 내 위챗페이 가맹점에서 QR결제를 지원하며 중국 내 위챗페이 가맹점에서 QR결제를 지원한다.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29193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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