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수사 대상 중 6개가 李 관련 사건…여당도 특검 후보 추천
파견검사에만 수사권 허용 논란…평등원칙·재판 독립성도 쟁점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윤석열 정부 검찰의 조작 수사·기소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을 둘러싸고 위헌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기소 과정을 조사할 특별검사를 직접 임명하는 것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검 파견검사에게만 예외적으로 수사권을 부여한 조항과 재판 중인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점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조작기소 특검법은 윤석열 정부 당시 이뤄진 수사와 기소 과정에 조작이나 권한 남용이 있었는지를 특별검사가 규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검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이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법안에 명시된 12개 수사 대상 가운데 절반인 6개 항목이 이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이다.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관련 배임 사건을 비롯해 대장동·백현동 개발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쌍방울 대북송금, 성남FC 후원 관련 뇌물 사건 등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수사·기소의 적정성을 조사할 특검을 직접 선택하는 구조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구도 자기 재판의 판사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은 자연적 정의로 헌법 위의 헌법”이라며 “자신의 사건을 수사할 사람을 본인이 임명하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이고 헌법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본인 사건에 대해 수사할 검사를 본인이 임명하는 것 자체로 특검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과거 헌법재판소 판단도 논쟁의 근거로 거론된다.
2016년 국정농단 특검법 당시 최서원씨는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등이 특검 후보 추천에서 배제된 것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특검 후보 추천과 임명 방식에 국회의 입법 재량을 인정하면서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여당에 추천권을 부여하면 이해충돌로 특검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여당을 추천권자에서 제외한 것이 정당성과 합리성을 잃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이번 특검법은 여당에도 후보 추천권이 있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입법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반론도 있다. 이번 특검은 이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직접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검찰의 수사·기소권 남용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므로 대통령 관련 사건이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임명 구조가 위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작기소가 의심되는 사건 중 대통령 사건이 포함돼있단 것은 정치적 비판은 될 수 있겠지만 법리적으로 타당한 비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특검 수사가 행정 작용에 해당하고, 과거 대통령 주변 의혹을 수사한 특별검사 역시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점에서 헌법적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검에 파견된 검사에게 수사권과 지휘권을 부여한 조항도 논란이다.
지난달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은 전면 폐지됐다. 그러나 조작기소 특검법은 부칙을 통해 파견검사의 수사권과 지휘권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개정 전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일반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에게는 수사권이 없지만 조작기소 특검에 파견된 검사에게만 예외적으로 수사권을 인정한 것이다.
차 교수는 이러한 차이가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사건 피의자는 법률 전문성을 갖춘 검사에게 수사받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반면, 특검 사건 피의자는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사에게 수사받아야 하는 이유를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교수는 특별법을 통한 예외 인정 자체는 국회의 입법 재량에 속한다고 봤다.
다만 효력을 상실한 과거 법률 규정을 명시적으로 다시 규정하지 않고 준용하도록 한 방식은 명확성 원칙이나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판결이 확정된 사건을 특검 수사 대상으로 삼은 점도 논란이다.
김 교수는 “기소가 잘못됐는지는 법원이 판단하면 되는데, 특별한 계기 없이 사법부를 우회해서 별도 특검을 만든단 것 자체가 삼권분립에 대한 도전이자 재판 관여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 역시 공소취소 조항이 법안에서 제외됐더라도 특검이 조작 수사·기소라는 결론을 내릴 경우 재판부에 사실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법원이 특검의 판단을 따르지 않을 경우 법왜곡죄에 따른 고발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교수는 “수사·기소권 행사의 적정성을 따지는 것이지 이를 재판부에게 꼭 반영하라고 명령한다 것도 아니다”라며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조작기소 특검법의 위헌성 논란은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 행사에 따른 이해충돌 가능성과 파견검사 수사권의 예외 인정, 재판 독립성 침해 여부를 중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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