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정재현(21)의 KPGA투어 시즌 최종전 우승 뒤엔 스윙 코치인 이상훈 프로의 족집게 레슨이 있었다.
8일 제주 서귀포시의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 밸리·테디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경기. 정재현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 코스 레코드인 8언더파 64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낸 정재현은 2위 황재민을 3타 차로 따돌렸다.
전날 3라운드 경기를 TV 중계로 지켜보던 이상훈 코치는 제자의 퍼팅 스트로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8일 아침 일찌감치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회장에 도착한 이 코치는 연습 그린에서 즉석 퍼팅 레슨에 나섰고 그 결과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는 반전이 일어났다. 그린 적중시 평균 퍼팅수가 3라운드에 2.0개였으나 최종라운드엔 1.53개로 줄었다.
처방은 공을 문지르듯 밀어 보내던 동작을 줄이고, 짧고 분명하게 때리는 느낌을 살리는 것이었다. 정재현은 그 효과인 듯 마지막 날 단 한개의 보기도 기록하지 않았다.
18번 홀에서는 두 번째 샷을 홀 약 1m에 붙인 뒤 버디 퍼트로 우승을 마무리했다. 시드를 잃었던 선수가 최종전 우승자로 올라서는 순간 스승과 제자가 함께 다듬어온 퍼팅이 빛났다.
정재현과 이 프로의 인연은 재작년 태국전지훈련에서 시작됐다. 2022년 국가 상비군을 거친 정재현은 루키 시절이던 2024년 페럼 대회 도중 계단에서 넘어져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쳤고 그 여파로 정규투어 시드를 잃었다.
부진의 돌파구를 찾던 정재현은 아버지와 함께 이 코치의 태국 동계캠프를 찾았고 교정 효과를 느끼면서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지도를 받게 됐다. 당시 가장 큰 과제는 아이언샷의 거리였다. 이 프로는 처음 지켜본 정재현의 샷을 두고 “공이 앞뒤로 날아다녔다”고 설명했다.
힘으로 강하게 눌러 치는 스타일 탓에 같은 클럽으로도 비거리가 일정치 않았다는 것. 이 코치는 앞뒤 거리 편차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그린을 공략할 때 거리 조절이 안정되면서 경기력도 좋아졌다. 그 결과 지난해 2부 투어인 챌린지투어 우승을 발판으로 올해 정규투어에 복귀할 수 있었다.
정재현은 이번 우승으로 지난 주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배용준에게 당한 연장전 패배의 충격에서 곧바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정재현은 우승 인터뷰에서 “올해 대회를 뛰면서 톱10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위로 올라가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며 “내 실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는데 지난주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연장전까지 가면서 ‘나도 충분히 우승경쟁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자신감도 많이 붙었고 이번 주 최종전도 열심히 내 플레이만 하면 좋은 결과 나오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재현은 다음 주 아시안투어 필리핀오픈에 출전한다. 4살 때 필리핀으로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갔던 정재현은 “다음주 내가 어떤 기분으로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궁금하다”며 “대회가 열리는 마닐라 사우스우드 골프장은 어렸을 때부터 플레이했던 코스다. 기대가 많이 된다”고 밝혔다. 중학 3학년 때 한국으로 돌아온 정재현이 제2의 고향인 필리핀에서도 챔피언의 실력을 보여줄 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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