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혼·양육권 분쟁에 AI 활용 급증

변호사 80% “AI작성 소송자료 경험”

허위판례 등 AI 오류 지적 판결 148건

소송서류 145건 낸 남성에 美법원 제동

[챗GPT]
[챗GPT]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에서 이혼과 자녀 양육권 분쟁에 인공지능(AI) 챗봇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변호사와 판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변호사 선임 비용을 아끼려고 챗GPT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잘못된 법률 해석으로 곤욕을 치른 것이다. AI 챗봇의 법률 조언을 믿고 이혼소송에 나섰던 한 남성이 법정에서 판사에게 해명해야 하는 상황마저 나타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이혼 전문 변호사들에게 챗GPT 등 AI 챗봇이 작성한 법률 조언과 소송 전략, 서류 초안을 가져오는 의뢰인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이혼 전문 법인 코델앤드코델이 올해 초 소속 변호사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의뢰인으로부터 AI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신이나 소송 서류 초안, 대응 전략 등을 전달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AI가 제시하는 답변이 반드시 법정에서도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이혼과 양육권 분쟁은 당사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지만, AI 챗봇은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질문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답변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챗봇의 잘못된 법률 조언을 믿었다가 오히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낭비한 사례도 있다.

온라인 웰니스 기업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이혼 당시 회사 수익을 기준으로 상당한 금액의 배우자 부양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몇 년 뒤 회사에서 자신이 가져가는 돈이 크게 줄어들자 AI 챗봇에 부양료 감액을 신청하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 물었다.

챗봇은 쉽게 승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AI 챗봇은 회사의 재무제표를 확인하지 않았고, 남성의 수입이 감소했는데도 개인적인 지출은 줄지 않았다는 사실도 살펴보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AI가 제안한 전략대로 소송을 진행한 결과 남성은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후 사건을 맡은 로스앤젤레스의 가사 전문 변호사 호세인 베렌지는 WSJ에 “의뢰인이 소송 당시 첫 번째 변호사에게 지급한 돈은 사실상 모두 허공에 날린 셈”이라며 “그동안 배우자 부양료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지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AI 챗봇이 잘못된 법률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AI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법률 원칙을 만들어내는 문제가 가사(家事)사건에서 나타나고 있어서다.

데이미언 샬로탱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로스쿨 겸임교수는 허위 판례 인용 등 AI가 생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오류가 판사들에 의해 지적된 가사사건 판결이 148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 가운데 100건 이상이 올해 발생했다.

AI로 작성한 소송 서류가 쏟아지면서 변호사는 물론 판사들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가 생성한 법률 조언을 검토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변호사 없이 직접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한 남성이 AI를 활용해 최소 145건의 신청서를 제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이후 항소법원에 AI가 작성한 45쪽 분량의 문서와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는 863쪽 분량의 부록까지 제출했다.

결국 법원은 지난 5월 서기에게 앞으로 이 남성이 제출하는 서류에 변호사의 서명이 없다면 접수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WSJ는 “이혼과 양육권 분쟁에서 AI 챗봇이 변호사 선임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부정확한 법률 해석과 일방적인 사실관계 수용 등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며 “특히 가족 간 갈등처럼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건에서는 AI가 사용자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듣고 싶어 하는 답변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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