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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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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유달리 김남길에겐 박복한 팔자의 캐릭터가 많이 찾아왔다. ‘선덕여왕’ 비담, ‘나쁜 남자’ 심건욱, ‘상어’ 한이수 등 우울하면서도 상처 받은 캐릭터들이 김남길과 찰떡 맞아 떨어졌다. 특히 ‘선덕여왕’은 김남길은 대중들에게 제대로 각인시켜준 작품이다. “두 달 전에 ‘선덕여왕’ 박상연 작가님을 만났는데 ‘작가님 덕분에 아직까지 먹고 살고 있다’고 했었다. 고마움이 크다. 비담을 넘어야 한다는 조바심 보다는 제 대표작이 있다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였다면 조바심이 날 수도 있을텐데 마음 먹어봐야 내 마음대로 되나. 뭐가 가장 많이 변했냐고 물어보시는데 작은 것에 감사하다. 편해지니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다. ‘선덕여왕’ 이후 대표작이 없다는 게 맞는 말이긴 하다. 그것만큼 인상 깊었던 게 없었으니까.”영화 ‘해적’처럼 밝은 캐릭터도 있었지만 김남길의 지금까지 필모그래피를 살펴봤을 때 ‘어느 날’은 의외의 선택처럼 보였다. ‘어느 날’은 아내가 죽은 후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던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이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미소(천우희)의 사건을 맡게 되고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소의 영혼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강하지 않고 어디서든 볼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 강수를 이 시점에서 왜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시점이라기 보단 예전엔 아무래도 홍콩 배우들의 이미지를 따오다 보니까 캐릭터가 강한 작품을 했다. 지금은 작품을 하면서 신념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땐 맞고 지금을 틀릴 수 있는 것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 확정된 건 제가 남자라는 사실뿐이다. 요즘은 작품을 하면서 성장하고 그 이야기나 인물을 이해하게 됐다. 예전엔 이 아픔을 몰라서 작품을 못하겠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이야기의 힘이 있는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싶어 한다. 캐릭터를 표현할 때도 누구나 알고 볼 수 있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작품을 선택하는데 보는 눈이 달라졌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다 보니까 작품을 보는 눈이나 세상을 보는 것, 상대에 대한 관계적인 것에 대한 변화가 있다. 더 나이 먹으면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쪽으로 눈길이 간다. 이게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 같다. ‘어느 날’ 속에서 김남길이 연기한 강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의욕 없는 삶을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 대화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았던 배우 김남길도 그런 때가 있냐고 묻자 “많다. 지금도”라는 답이 쿨하게 넘어왔다.

“전 긍정적인데도 심리 상담을 받았다. 나는 내 맘대로 해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도 않고 그렇다 보니 삶의 의욕이 빠질 때가 많다. 연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연기할 때 행복한 사람 중 하나였는데 배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강수 같진 않지만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자기 연민에 빠져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울고 나면 끝나는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를 업 되려고 노력한다. 다 놓고 싶을 때도 있는데 마음먹기에 달렸다. 남의 탓인 것 같아도 그래봤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게 관리를 하게 된다. 이래놓고 집에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울지도 모른다.(웃음)”이제 30대 후반이 된 김남길은 나이에 따른 변화를 많이 이야기했다. 신체적 나이가 아닌 정신적 나이, 세상을 보는 눈도 변했다. 그럼에도 죽을 때까지 소년으로 남고 싶은 로망을 고백하기도 했다. 철 들지 않는 소년, 김남길다웠다. “사회를 보는 눈 자체가 달라졌다. 예전엔 아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했다면 모든 것들에서 힘이 빠졌다. 이슈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아는 척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모르겠어요’다. 예전엔 남탓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모든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 내 잘못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니 맘이 편했다. 삶이 유해졌다. 이렇게 얘기해도 상황마다, 사람마다 다르다. 완벽해질 순 없는데 조금 그런 부분에서 나이를 먹어가는 게 좋지 않나 싶다. 부러움도 있고 나이 먹어가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좀 더 의젓해지고 생각이 달라졌다. 그렇다고 지금 철 들었다는 것은 싫다. 철부지 같아도 들판을 뛰어 노는 소년같이 살고 싶다. 예전보다 생각이 깊어졌지만 그렇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