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던 아카데미가 달라졌다. 오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제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전통을 강조하며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줬던 아카데미지만 올해엔 엔 변화가 눈에 띈다. 좀 더 다양해지고 수용의 폭이 넓어졌다. 시대의 변화에 발을 맞춘 아카데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 ‘블랙팬서’부터 '그린북'까지, 다양성 강조지난해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대박을 친 ‘블랙 팬서’가 마블 스튜디오 영화 사상 처음으로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마블 영화로서도 처음이지만 그간 히어로 영화에 인색하고 백인들의 잔치로 불렸던 아카데미의 의외의 선택이다. ‘블랙 팬서’는 흑인으로는 마블의 첫 솔로 무비이기도 하다. ‘블랙 팬서’를 비롯해 아카데미는 유색 인종과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게도 열렸다. 작품상 후보인 ‘로마’는 멕시코 이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며 흑인 감독인 스파이크 리의 ‘블랙클랜스맨’도 작품상 후보 중 하나다. ‘그린북’ ‘보헤미안 랩소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 최대 화두는 넷플릭스 '로마'눈에 띄는 변화는 여러 차례 영화제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넷플릭스 작품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등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 그것도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로마’는 1970년대 초반 혼란의 시대를 지나며 여러 일을 겪어야 했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사는 클레오의 삶을 따라가는 작품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실제 경험담을 녹여낸 영화기도 하다. 무엇보다 극장에선 볼 수 없는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작품이다. 넷플릭스 작품에 대한 세계 영화제의 시선은 여전히 다르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의 출품으로 논란이 일었던 칸 국제영화제는 2018년 아예 넷플릭스 영화는 출품 받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로마’에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로마’가 베니스에 이어 아카데미까지 접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보헤미안 랩소디’ 퀸이 접수한다?한국에서 외화로는 엄청난 흥행 성적을 보여준 ‘보헤미안 랩소디’도 아카데미 무대를 밟는다.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아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던 라미 말렉이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 중 하나다. 특히 ‘보헤미안 랩소디’의 실제 주인공인 퀸이 아카데미 시상식 축하무대를 꾸민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 국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보컬 아담 램버트가 함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아카데미엔 사회자가 없다. 진행을 맡기로 했던 케빈 하트의 과거 성소수자를 비하한 발언으로 논란에 휘말렸다. 결국 이번 아카데미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사회자 없이 진행을 한다. 시상식을 앞두고 상업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해 역대 최저 TV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 측은 올해엔 24개 시상 부문 중에서 비인기 부문인 촬영, 편집, 분장 등 4개 부분에 대해 수상자 발표만 하기로 했다. 수상소감 대신에 중간 광고를 선택한 셈이다. 이에 ‘로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 등 감독, 배우들이 집단 반발에 나섰고 미국촬영감독협회가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결국 주최측은 기존 계획을 백지화 하고 편집 없이 모두 방송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던 아카데미 측이 본식은 논란없이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