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김정은, 핵무기 포기안해…군사옵션도 검토해야”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정권 교체 필요성을 거론했다. 국가안보보좌관 재직 시절 대북강경론을 설파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지적당했던 그가 퇴임 후에도 연일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나선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DC 소재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포럼에서 기조연설 및 문답을 진행하며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미치는 위협은 심각하며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나에게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게 분명해 보인다”며 “김정은이 가동하고 있는 전략적 결정은 운반 가능한 핵무기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추가로 개발하고 진전시키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이 운반가능한 핵무기를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정책이 돼야 한다”며 리비아 모델이 실행 가능하지만 어렵다면서 전체 ‘핵 구조’의 완전한 폐기와 철저한 사찰 및 검증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 과거 핵 협상 역사에서 “모든 합의를 위반한 정권”이라며 극심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우리가 생각해보고 진지하게 논의할 것들이 있다”고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 전 보좌관이 미국 대북정책의 잠재적 결과로 평양의 정권교체를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고 믿는다면 “일정한 시점에 군사력이 옵션이 돼야 한다”며 ‘군사 옵션’도 거론했다. 그는 김정은과 또 다른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을지가 아니라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주의를 집중해야 할 문제들”이라며 3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문제와 관련해선 “한미는 일부 인사들이 ‘전쟁 연습’이라고 불러온 것을 하지 않았다”며 “훈련들이 이뤄지지 않을 때 준비태세가 문제 된다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군사적 준비태세’는 한미 양국을 위해 우선 사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에 대해서는 ‘협상에서 서두를 게 없다’는 태도는 북한과 이란에 ‘시간을 가져라. 핵 능력을 시험하고 생산하고 배치할 시간이 더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시간은 핵확산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불리게 작용한다. 시간에 대해 느긋한 태도는 북한과 이란 등 확산자만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의미를 축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도 반박했다. 그는 “이들 발사는 위협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단거리 미사일의 기술이나 능력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과의 협상 국면에서 리비아 정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주장하는 등 강경일변도의 목소리를 내다 경질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경질 이후인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볼턴)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을 때 일종의 매우 큰 잘못을 한 것”이라며 “그것은 좋은 언급이 아니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카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며 재차 “그것은 좋은 언급이 아니었다”라고 강조한 뒤 “그것은 우리가 차질을 빚게 했다”고 말했다. 또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나보다 불필요하게 더 터프하다”라고도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 방안으로 제시한 리비아 모델은 ‘선 핵포기-후 보상’을 말한다. 리비아는 2003년 3월 당시 지도자였던 카다피가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포기 의사를 밝히고 비핵화를 이행했지만, 2011년 반정부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은신 도중 사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