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X박해준, 쉽게 끝나지 않는 관계와 감정의 실체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부부의 세계’가 시청률 25%를 돌파, 역대 JTBC 드라마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25일 방송된 JTBC스튜디오의 오리지널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연출 모완일, 극본 주현, 크리에이터 글Line&강은경, 제작 JTBC스튜디오) 10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22.9%, 수도권 기준 25.9%(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최고를 또 한 번 경신하며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이는 지난해 ‘SKY 캐슬’이 기록한 24.6%(수도권 기준)를 넘는 것으로 역대 JTBC 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오른 것.

'부부의 세계' 시청률 25% 돌파, ‘SKY 캐슬’ 넘었다

이날 김희애와 박해준을 둘러싼 뒤얽힌 관계들이 거세게 흔들렸다. 지독하게 서로의 목을 졸랐던 지선우(김희애 분)와 이태오(박해준 분)의 파국이 또 다른 부메랑이 되어 덮쳐왔다. 고산역에서 발생한 의문의 죽음과 피가 묻은 채 나뒹구는 민현서(심은우 역)의 목도리는 충격을 안겼다. 꼬일 대로 꼬여 팽팽하게 당겨진 관계의 실타래가 기어이 끊어지며 맞은 엔딩은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서로를 향해 죽일 듯 달려드는 지선우와 이태오, 관계는 끝났으나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둘 중 한 사람이 완전히 망가져야 그 실체가 명확히 보일 것”이라는 김윤기(이무생 분)의 말에 여병규(이경영 분)는 “불씨가 남아있다면 기름을 부어서라도 확인해야 한다”라며 여다경(한소희 분)을 위해 끝을 보겠노라 결심했다.

박인규(이학주 분)로부터 “당장 내 눈앞에서 치워버리지 않고 못 배기는 거, 둘 중 하나는 끝장을 봐야 하는 거, 그거 사랑”이라는 비아냥을 들은 이태오는 들끓는 분노로 지선우를 찾아갔다. 과거 이태오, 이준영(전진서 분)과 행복했던 때의 영상을 보며 씁쓸함에 젖어있던 지선우. 이태오는 그런 지선우를 향해 “설마, 내가 돌아 와주길 바라고 있냐”라며 “내 눈앞에서 사라져주라. 너만 없으면 내 인생은 완벽하다. 버티면 나도 내가 무슨 짓 할지 몰라. 그러니까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고 몰아붙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한 세계였던 두 사람은 이제 상대를 인생에서 도려내야만 완벽해질 수 있었다. 지선우는 그 현실의 낙차를 체감하며 몰아치는 감정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파국의 여진은 그들의 주변까지 집어삼킬 기세로 엄습해왔다. 여다경은 불안으로 흔들렸다. 우연히 마주친 민현서는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하긴, 한 번 바람피운 남자는 또 피우기 마련이니까”라는 말로 여다경이 세운 완벽한 부부의 세계를 흔들었다.

이준영의 도벽을 목격한 윤노을(신수연 분)은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이혼한 집 애들 다 욕먹는다”라고 죄책감을 더 자극했다. 믿고 의지했던 김윤기가 부원장이 되자 배신감에 휩싸인 지선우는 여병규를 찾아갔다. 고산을 떠나라는 여병규의 강압에 지선우는 “따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태오부터 멀리하게 했어야 한다”라고 비수를 꽂더니, “나와 내 아들을 지키겠다. 이걸로 지켜야 할 선은 없어졌다”고 선전포고했다.

이어 지선우는 김윤기에게도 “넌 의사도 아니야, 내 아들한테 두 번 다시 접근하지 마”라는 경고를 날렸고, 김윤기가 “지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여병규 회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했다”고 해명했지만, 배신감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힘겹고 외로운 상황에서도 지선우는 도망치지 않았다. 이태오의 비틀린 복수심은 지선우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이태오의 계략으로 고예림(박선영 분)과 손제혁(김영민 분)이 결국 무너진 것. 손제혁은 지선우에게 “나처럼 당하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려. 그 새끼 돌았어”라고 조언했다.

이태오를 막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했다. 박인규가 이태오의 사주로 자신을 위협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간 지선우. 하지만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고 폭주하는 박인규에 “제발 그만해 박인규, 인생을 망치기엔 아직 젊잖아”라고 일침을 날렸다.

박인규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울산으로 떠나는 민현서를 배웅한 지선우. 따뜻한 말은 없었지만, 목도리를 둘러주는 지선우의 마음을 민현서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박인규가 민현서를 쫓아 고산역에 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다급하게 도망치던 민현서, 그리고 차에 두고 간 물건을 돌려주기 위해 되돌아온 지선우가 사고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구급대원 들것에 실려 가는 누군가의 핏자국 옆에 지선우가 민현서에게 둘러준 목도리가 떨어져 있었다. 누구도 예측 못 한 충격 엔딩은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지선우와 이태오 사이에 끊어낼 수 없는 감정들이 두 사람과 주변인들까지 옭아매며 숨통을 조이고 있다. “다 무너지고 나니까 이제야 보여. 집착은 아무 의미 없다는 거, 오히려 상처만 더 커지게 한다”는 고예림의 말처럼 지선우와 이태오는 상처를 내면서도 서로를 향한 칼끝을 거둘 수 없었다. “둘 중 한 사람이 망가져야 실체가 명확히 보일” 지선우와 이태오의 끝은 어디로 향할까.

격렬했던 파국의 파편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두 사람의 주변부터 상처 내고 있다. 여다경의 불안은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흔들리며 괴로워하는 이준영의 상처는 손 쓸 수 없을 만큼 곪아가고 있다. 지선우와 이태오의 파국에 휘말렸던 고예림과 손제혁은 상처를 봉합하고 나아지고 있었지만, 이태오의 복수로 무너져 내렸다. 지선우와 이태오를 둘러싸고 있던 거미줄 같은 관계가 기어이 끊어졌다. 이제 밖에서부터 불어오는 또 다른 소용돌이가 두 사람을 덮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