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열 여자들, 야한 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느냐”며 대상화

총학생회 “수강생과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교단 내려와라”

해당 학교 측 “사건을 심각하게 인지…엄중한 처분 받게 될 것”

‘더 벗어요’…여성혐오적 개인 블로그 게시글 읽도록 한 대학교수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서울 동대문구의 한 사립대 교수가 개인 블로그에 성차별적·여성 혐오적 인식이 담긴 글을 올리고 수강생들에게 읽도록 해 논란이 일었다. 이를 인지한 학생회는 교수에게 공개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고, 해당 학교 측은 교수 처분에 대해 검토 중이다.

25일 한국외대 학생회와 해당 교수 수업 수강생들에 따르면 경영정보학개론을 강의하는 A교수는 이달 28일차 강의를 안내하며 개인 블로그에 쓴 게시물 중 ‘왜 사느냐고’, ‘더 벗어요’ 등 성차별적 게시물을 필수로 읽도록 지정했다. 블로그 내 게시물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오던 수강생들은 학내 커뮤니티와 언론을 통해 공론화했고, 이달 20일 한국외대 학생회 측에서 A교수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다.

A교수는 과제로 읽도록 한 글에서 남성을 ‘물뿌리개’에 비유하고 여성을 ‘꽃’에 빗대면서 “집 꽃 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시들다가 말라 죽으면 남자 손해”, “비아그라를 먹어라” 등이라고 썼다.

과제 범위는 아니었으나 A교수 블로그의 다른 글에는 이공 계열 전공 여성들을 향해 “왜 우리네 이공 계열 여자들은 야한 면이라곤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느냐”, “타 직종의 여성들은 아리따운데 전산 분야의 여성들은 고리타분하기만 한 채 매력적이지 못한가 말이다” 등 외모를 품평하고 여성스러움을 강요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이외에도 A교수 블로그 다른 글에 “10여 명의 교수와 부산에 갔다가 대낮에 창녀촌 관광을 하게 됐다”거나 막달라 마리아를 ‘창녀’로 쓴 표현 등이 있었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학생회는 “(A교수는)성매매 업소 밀집 지역에 다녀온 것을 일종의 기행담으로 취급했다”며 “‘남성의 본능’이라는 허상을 쥐고 여성을 착취하는 구조에 가담하는 교수는 교육자로서 교단에 서 있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해당 수업 수강생들은 “A교수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를 묵살하고 오히려 꾸짖었다”고 주장했다. 수강생 B씨는 “수강생들끼리 익명으로 건의 이메일을 보내거나 중간고사 강의평가란에 피드백을 작성하기도 했다”며 “A교수는 오히려 해당 글들은 책으로 출판된 내용이기 때문에 문제삼을 것 없다며 완고했고, ‘(수강생들이)성평등센터 운운하는 것은 교수에 대한 협박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수강생은 A교수에 대해 무리하게 사과와 사퇴를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수강생 C씨는 “블로그 게시물 중 강의와 관련된 다른 수업자료의 경우 크게 문제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수강생 D씨도 “A교수가 강의 시간에 문제될 만한 발언을 한 적 없다. 다만 시험 대비 추가 공부를 할 때 블로그 그 게시물을 안 읽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중간고사 문제 중 하나로 블로그 수필을 읽고 감상문을 쓰도록 했다. 그때는 수필을 지정하지 않아 성차별적 게시글을 읽은 일부 수강생 사이에서 논란이 됐지만, 성차별적 수필을 필수로 읽도록 하자 수강생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해당 학교 측은 A교수에 대한 처분을 검토 중이다. 이 학교 성평등센터 측은 “아직 협의 중이지만 학교도 사건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이번 학기 중이라도 즉각 수업에서 배제할 수 있고 엄중한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교수는 논란이 인 후 문제가 된 성차별적 게시물들을 개인 블로그에서 내린 상태다. 헤럴드경제는 A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학교 측에 따르면 A교수는 ‘개인 생각을 블로그에 10년도 전에 써 놓은 것을 문제삼는 것은 과하다. 과제로 낸 해당 글에는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