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초등학교 1·2학년 등 저학년의 등교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이른바 ‘어린이 괴질’ 발병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에 이번 주부터 일선병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과 ‘어린이 괴질’ 관련 징후가 발생하면 즉시 보고하는 감시체계를 가동하기로했다.
‘소아 다기관 염증 증후군’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지난달 유럽에서 처음 보고돼 23일 기준 13개국으로 확산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어린이 괴질이 발생한 주(州)가 지난주까지 17개였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 25개로 늘었고 건수로는 수백 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소아 다기관 염증 증후군 발병 사례가 속출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이 질환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달라고 세계 보건 종사자들에게 당부했다.
이 질환은 가와사키병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다가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며,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에서 최근 5세 소년을 포함해 최소 4명이 이 괴질로 사망한 데 이어 영국, 프랑스에서도 청소년 사망자가 나왔다.
제니퍼 라이터 뉴욕대 소아 감염병 전문의는 미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 괴질은 가와사키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10대 및 청년 괴질은 심장과 장기에서 ‘저항하기 힘든’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곽진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은 이에 지난 23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소아·청소년 다기관 염증 증후군과 관련해 유럽과 미국,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제시하고 운영하는 감시 방법과 사례정의, 조사방식 등을 국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 자문을 받고 있다”면서 “자문이 완료되면 국내 감시방법과 조사방법 등을 확정해 감시·조사를 시작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와 관련 “지금도 국내 모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이런 증후군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바로 당국과 연락을 하도록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어린이 괴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질환의 증상을 보이다가 13일 영국에서 숨진 14세 소년과 15일 프랑스에서 사망한 9세 어린이의 경우,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이 증후군과 코로나19 사이의 관련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