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기증백신 두달째 미사용·국제공조 제대로 안돼…잠복기 길어 공항 방역검사만으론 한계…치료제 개발도 지지부진

올 들어 40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에볼라 바이러스가 미국과 유럽까지 위협하며 세계인들의 공포심을 키우고 있지만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 인류의 대응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전세계 에볼라 패닉…대응은 제자리서 ‘맴맴’...

미국 내 에볼라 희생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에겐 치료제 ‘브린시도포비르’를 투여했으나 숨졌고, 효과적인 치료제로 알려졌던 맵바이오제약의 지맵(ZMapp)도 스페인의 미겔 파하레스 신부 등에게 접종됐으나 사망해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미숙한 국제 공조=국제보건기구(WHO)는 캐나다로부터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기증받고도 두 달째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치료제 개발과 투여는 촌각을 다투는 일인데다, WHO는 서아프리카 발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대대적으로 호소해 와 WHO가 백신 사용을 미루는 배경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지난 8월12일에 ‘VSV-EBOV’로 불리는 실험용 에볼라 백신 1000명분을 WHO에 기증했다. 하지만 백신은 두 달째 캐나다 매니토바주(州) 주도 위니펙의 한 실험실에 고스란히 쌓여있다. 로나 앰브로즈 캐나다 보건장관은 ”WHO가 백신을 배포할 지 말지, 언제 배포할지를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이 백신이 쓰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무용론=항공편을 통한 에볼라 전파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과 영국 정부가 공항 방역 검사를 강화키로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에볼라 감염자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에볼라 잠복 기간은 접촉 후 최대 21일이다. 만약 감염자가 고열, 구토 등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라면 공항 검색대를 무사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처럼 체온 검사 직전 해열제를 복약해 감시망을 피해가는 감염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국제보건법 교수는 “에볼라처럼 잠복기가 며칠 간 지속돼 탐지하기 어려운 질병에 걸린 입국객을 완벽히 걸러낼 수 없다”면서 “공중 보건 응급 상황에서 입국객 검역에 의존하는 건 불완전한 대응책”이라고 지적했다.

▶지지부진한 백신 개발=에볼라 공포가 지구촌을 뒤덮고 있지만, 백신 개발은 지지부진하다. 약품 개발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몬세프 슬라우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연구개발(R&D) 분야 회장은 에볼라 백신 시험과 생산량 증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12~18개월 내로 대량생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CNBC 방송이 전했다. 그는 에볼라 관련 의약품이 인간에 대한 사용이 승인될때까지 10~30년이 걸렸고 글락소가 말라리아 백신 발견 및 개발까지 30년이 걸렸다고 지적하며 “개발 시간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백신을 발표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락소 외에 중소 회사들도 에볼라 치료제 및 백신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신통치는 않다. 키메릭스는 던컨에게 실험용 에볼라 치료제 브린시도포비르를 제공했다. 또 지맵(ZMapp)은 여러 환자들에게 투여돼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생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데다, 현재는 재고가 모두 소진된 상태다. 이밖에 캐나다 테크미라제약은 치료제인 TKM-에볼라를 개발한 상태고 미국 국립보건원과 캐나다 공중보건원 등도 에볼라 백신을 개발, 일부는 임상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숙ㆍ문영규ㆍ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