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등록장려하다 돌연 혜택축소
-임대차3법까지 겹쳐 등록임대주택제도 존폐기로
-“임대차시장 안정화효과 있다”던 정부 딜레마 빠져
-임대사업자 “정부 토끼몰이에 당해” 분노
-박선호 차관 “양도세 등 거래세 인하 동의 못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세제 혜택까지 주며 등록을 장려해온 ‘등록임대주택제도’가 존폐 기로에 놓이며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집주인의 의무 면에서 등록·미등록임대의 차이가 사라지게 되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이달 국회 통과를 앞둔 데다, 기존 임대사업자의 혜택까지 축소하는 법안이 발의된 데 따른 것이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의 ‘토끼몰이’에 당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9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등록임대주택제도의 운용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이달 임시국회에서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임대인은 최소 4년간 임대차 계약을 유지해야 하고, 계약 갱신 때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한다. 의무임대기간 4년짜리 등록임대주택에 적용되는 의무와 거의 같다.
임대사업자에게 약속했던 혜택도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임대주택을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합산 대상에 포함해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주택자가 등록임대를 절세수단으로 악용,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는데 한몫했다고 본 것이 발의 배경이다. 이 법은 기존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는 내용도 담아 소급입법 논란도 일고 있다.
이는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지 3년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정부는 2017년 8월 임대주택 등록 유도책을 예고한 뒤 그해 12월 임대사업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임대 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준다고 발표했다.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2018년 9·13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에 대해 양도세·종부세 혜택을 축소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사업자 의무는 강화하고, 취득세·재산세 혜택은 줄이다가 최근에는 제도 자체가 임대차 3법 도입과 함께 폐기 위기에 놓였다.
정부로서는 올 초까지만 해도 ‘잘하고 있다’고 자평했던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어서 딜레마에 놓인 상태다. 올해 2월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은 임대차시장의 안정화 효과가 존재하므로 정책의 효율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민간 임대 등록 활성화 전에는 수도권 전세가격의 연평균 변동률이 5%를 웃돌았지만, 그 이후 변동률은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는 게 근거다.
아울러 집값 상승을 유발하는 매물 잠김 현상은 전체 시장 물량의 1.5%에서만 발생해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분석대로라면, 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몰아갈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거대 여당이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를 밀어붙인 데 따라 분위기 변화가 읽히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임대사업자에게 애초에 과도한 혜택을 줬다는 지적에 대해 “현 정부에서 (임대 등록 시) 세제 감면 신설사항은 없었다”며 “역대 정부에서 마련한 기존 혜택을 연계하고, 장기임대 유도를 위한 요건 강화가 주된 내용이었다”고 강조했다.
임대사업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정부 말만 믿고 등록했다가 투기꾼으로 전락한 데다, 혜택이 없어 빠져나가려고 해도 과태료(3000만원)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도가 다주택자 현황 파악에 쓰인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당정은 이런 반발을 고려해 ‘아파트’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혜택은 폐지하되, 소급적용은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국토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재차 강조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부동산 세제 대책 중 거래세를 낮춰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시세차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시장에 주게 되면 주택을 많이 사려는 동기를 차단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