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취소, 중단 반복…셧다운ㆍ코로나19 확산 공포

뾰족한 대안 없어 공연계 시름

“전 세계 공연계 완전히 새로운 국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산을 넘어서니 또 산이 나타났고, 한 차례 태풍 뒤엔 더 큰 태풍이 몰려왔다. 공연계는 지금 사상 유례없는 ‘셧다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연극계발 코로나19 확산, 대형 뮤지컬과 극장의 공연 중단과 취소, 이로 인한 매출 급감이 공연계의 암담한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25일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집계 결과 17일부터 23일까지 공연계 매출은 34억343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주(10일~16일·48억8935만원)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감소세다. 코로나19 확산 기점으로 보는 광복절 집회 이후 공연계 매출은 절반 이상 줄었다. 특히 지난 18일(화요일) 매출은 4억6433만원으로 전년 동기(15억1136만원) 대비 약 3.2배 이상 줄었다.

일주일 중 공연 관객이 가장 많은 금요일과 토요일의 매출은 절반 가량 급감했다. 지난 주말 동안 공연계가 최악의 셧다운을 맞으면서다. 이 기간 동안 ‘브로드웨이42번가’, ‘렌트’가 하루 앞당긴 22일로 조기 폐막했다. 신작 뮤지컬 ‘킹키부츠’는 출연 배우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 22~23일 공연을 취소했다. 그 결과 14~15일 매출은 21억8179만원이었으나, 21~22일은 11억8736만원으로 줄었다.

심지어 연극계발 코로나19 확산세도 무섭게 번지고 있다. 연극으로 시작해 뮤지컬, 드라마까지 배우와 스태프가 거미줄처럼 얽혀있기 때문이다. 현재 극단 산의 연극 ‘짬뽕&소’ 관련 확진자가 26명(참여진 16명, 2차 접촉 확진자 10명)이 발생한 데 이어, 극단 미인이 올린 ‘와이바이’ 참여진 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짬뽕’발 코로나19 확산으로 드라마(‘그놈이 그놈이다’, ‘도도솔솔라라솔’)와 예능(‘장르만 코미디’) 촬영이 중단되는 사태도 경험했다.

공연계 ‘셧다운’ 공포
배우 조권이 출연 중인 뮤지컬 ‘제이미’는 관객과 배우, 스태프의 안전을 위해 오는 30일까지 공연을 중단하기로 했다. [연합]

지난 2월 말부터 공연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봄을 지나며 다소 진정세를 보였으나, 8월 중순에 접어들며 극장의 규모와 장소를 불문하고 직격탄을 맞고 있다. 7월까지만 해도 공연계 매출은 171억원을 기록하며 전달(105억원)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이번달 역시 16일까지는 13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24일 기준 156억원에 그치고 있다. 향후 상황은 더 어렵다. 공연 중단 사례(뮤지컬 ‘제이미’, ‘빨래’, ‘썸씽로튼’ 30일까지 중단, ‘킹키부츠’·‘어쩌면 해피엔딩’ 27일까지 중단)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은 다음 달 6일로 조기 폐막한다. 제작사 에스앤코는 “‘객석 거리 두기’ 강화 지침을 이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막대한 손실이 예상돼 조기 종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공연은 9월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뾰족한 대안도 없이 코로나19가 강타한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매출 걱정을 떠나 이대로라면 공연이라는 장르 자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감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도 “지금 공연계는 전 세계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LP, 테이프를 생산해 A면, B면에 맞게 앨범을 구성했던 음악산업이 디지털로 전환하며 곡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처럼 공연 문화도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계기로 전혀 다른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위기가 잡히지 않는다면 더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며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위기를 넘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업계에선 지금의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지리란 보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설사 코로나19가 잦아들더라도 공연장과 공연은 과거의 형태로 존재할 수 없으리란 우려가 깊다. 더 큰 문제는 이 위기를 타계할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단지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방역 강화와 거리두기 좌석제 운영 등의 대책을 세우며 관객을 맞을 뿐이다. 업계의 연쇄 붕괴를 막기 위한 시도일 뿐이다. 28일 다시 막을 올리는 ‘킹키부츠’와 ‘어쩌면 해피엔딩’은 기존 예매분을 일괄 취소한 뒤 좌석 한 칸씩 띄어앉기를 적용해 재예매를 하기로 했다. ‘마리퀴리’도 새로 오픈한 티켓부터 거리두기를 적용해 예매를 진행하고 있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전체 좌석 중 50% 정도의 관객을 받아 공연장 내 밀집도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