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관리 지장 없는 범위 안에서 고민”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차벽을 설치해 지난 3일 개천절 광화문 집회를 원천 봉쇄했던 경찰이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한글날 집회에서는 차벽 운용 수위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8일 "국민 건강·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개천절)집회를 막았다. 집회와 무관한 시민들이 차벽 등으로 인해 겪은 고충을 이해한다"며 "집회 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차벽을 완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집회와 무관한 시민들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 3일 개천절 집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차벽 설치 논란이 커지면서 나왔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차벽을 이용한 집회 원천봉쇄는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권력이 집회를 허가한다는 발상 자체가 위헌"이라며 "코로나19 방역도 중요하지만 광화문광장 진입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무분별한 집회는 안 되지만 마스크를 쓴 채 명부를 작성하고 하는 거리두기 집회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방역을 빌미로 과도하게 설치한 차벽은 헌법 가치를 훼손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집회 당시 서울광장 주변에 등장했던 과도한 경찰 차벽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점 등을 거론하며 경찰 대응이 지나치다고 했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는 "민주주의 원칙이 한 번 무너지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방역이라는 목적의 정당성은 있지만, 차벽이라는 수단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광복절에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대규모 집회가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가 됐던 점을 상기하며 군중집회 제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과거 수만 명이 모이는 집회도 허용해 안전하게 관리한 바 있다"며 "경찰로서는 특별방역기간이 끝날 때까지라도 대규모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국민께 호소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