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4050 모두 패자만 남은 청약시장
2030, 소득요건 완화돼 경쟁률은 그대로 ‘조삼모사’
4050, 청년층 겨냥 특공 늘자 ‘역차별’ 주장
“부양가족 가점 폐지”, “미혼자도 생애최초 특공 포함” 민원도 속출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40대 중반 무주택자입니다. 지금까지 차곡차곡 기다리면서 이제 겨우 가점이 청약 당첨 가시권에 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불공정한 특별분양 조항을 만들어 20대와 30대에게 집을 빼앗긴다고 생각을 하니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화병이 났습니다. (중략) 누가 더 절실하게 주택이 필요한지 기준을 다시 한번 더 생각을 해보시고 그 절대 기준은 지켜주셔야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10월 국토교통부 여론광장에 등장한 한 민원글이다. 올해 하반기 30대의 ‘패닉바잉(공황 매수)’이 화두가 되자 정부는 신혼부부, 생애최초 특공 물량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일반공급 물량은 더욱 줄어들어 그동안 가점을 쌓아온 4050세대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7·10 대책으로 공공분양 아파트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이 전체 공급분의 30%, 생애 최초 특별공급도 기존 20%에서 25%로 확대됐다. 공공택지에 짓는 민영분양 아파트에도 생애최초 특공이 15%가 할당됐다. 같은 무주택자여도 결혼한 지 시간이 꽤 흘렀거나, 예전에 잠시 주택을 소유했다가 판 중장년층은 이같은 특공을 제외하고 얼마 안 남은 일반공급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
실제 가점제 일반공급 청약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 동안 서울의 1순위(특공물량 제외) 청약경쟁률은 70.16대 1로 집계됐다. 6676가구의 일반공급 물량에 청약통장을 쓴 이는 46만8377명에 달한다. 2019년 같은 기간 1순위 청약경쟁률 26.67대 1(일반공급 8174가구, 청약통장 21만7970건)에 비하면 3배 가까이 경쟁이 심화됐다.
등을 돌리는 이는 4050세대만이 아니다.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공 물량 확대를 통해 달래려 한 청년세대의 반응도 냉랭하다. 소득 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내년 1월부터 민영주택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소득기준이 20~30%포인트 완화돼, 3인 가구 기준 맞벌이로 월 889만원을 버는 부부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한 30대 시민은 국토부 여론광장에 “김현미 장관이 30대는 영끌하지 말고 서울이나 신도시 청약을 하는게 낫다고 말하는데,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지 정말 현실을 몰라서 그러는지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고 남겼다.
분양가 통제로 시세 대비 수억~10억원이 저렴한 ‘로또청약’이 화두가 되면서, 정부가 소외된 30대에 문턱을 낮췄는데 거꾸로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은 늘고 있는 셈이다.
가구의 형태가 다양해졌는데 청약가점제가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인기 분양단지는 당첨 안정권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60점은 넘어야한다. 무주택기간과 통장 가입기간이 모두 만점인 상태에서 부양가족 3인(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가 69점이다.
민영주택 청약을 준비 중이라는 한 50대는 “아이가 둘이 되지 않는 한 결혼을 해도 69점이 불가능하다”면서 “점수를 올리기 위해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 주민등록만 올려놓으면 된다는 불법이 사실상 비법인 된 듯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일찍 돌아가셨거나 자식을 낳고 싶어도 여러 사정상 어려운 이들에게 서러움을 주지 말고 부양가족 항목을 폐지하라”고 언급했다.
중년 미혼자도 소외감을 토로한다. 40대 김 모씨는 국토부에 “요즘 1인 가구가 많은데 왜 생애 최초 특별 공급 조건에 꼭 기혼 또는 자녀가 있어야 되느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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