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3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초, 낯선 외국인 ‘훈남(외모가 훈훈한 남성)’에게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을 받았다. 그는 본인을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밝히며 A씨에게 호감을 표했다.
그 뒤 연인처럼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친분을 쌓았다. 한 달여간 이어진 구애 도중, 불현듯 현금과 명품 등 선물이 담긴 택배를 보내겠다며 주소와 개인 정보를 물었다. 이어 특정 앱 설치를 유도했고 관세비용이 필요하다며 400만원을 요구했다. 물품을 수령하면 금액은 환불된다고도 덧붙였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A씨가 거절했으나 남성의 택배 선물 공세는 계속됐고, 결국 로맨스는 끝나고 말았다.
이성에게 접근, 금전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범죄 타깃으로 여성이 떠오르고 있다. 로맨스 스캠이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이메일 등 온라인으로 접근해 호감을 표시하고 외모와 재력 등으로 신뢰를 형성한 뒤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이다. 그동안 주로 남성이 범죄 대상이었지만 여성이 피해대상이 되는 경우도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의 수법은 동일하다. SNS를 통해 이성에게 다가가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개월 이상 메신저 연락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는다.“제 스타일입니다” “한국 가면 결혼하자” “한국에 곧 들어가면 함께 하고 싶다”며 고백을 늘어놓는다. 주로 사용되는 SNS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 라인, 왓츠앱 등이다. 이후 특정 시점이 지나면 자신의 난처한 상황을 늘어놓으며 돈을 요구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로맨스 스캠에는 국제 택배가 흔한 수법으로 사용된다. 외국인 남성은 갖가지 고백과 호감표현을 하며 종래에는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해 묻는다. 이어 선물을 보낼테니 특정 앱 설치를 유도하고,국제택배에 붙는 비용으로 수백만원을 요구한다. 피해 사례에 따르면 대개 200만~400만원 사이 금액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개 엔지니어 등 전문성이 강한 직업 종사자임을 밝히며 검증을 어렵게 한다.
로맨스 스캠을 당한 뒤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피해 카페에는 “매일 상대해 주었던 성실하고 다정한 사랑표현을 어리석게도 믿었다”며 “앞으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걱정에 우울하다”는 등 후유증을 하소연 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형법에 로맨스 스캠이나 ‘결혼빙자사기’를 별도로 처벌하고 있지 않다. 대신 사기죄를 적용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지난 9월 로맨스 스캠 조직에 가담해 피해자들로부터 1억3000만원 가량을 뜯어낸 20대 외국인이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국내에선 로맨스 스캠에 대한 공식 피해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업계는 여성 피해사례도 매해 늘어나고 있다고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로맨스 스캠은 거의 100% SNS를 통해 이뤄진다”며 “특히 외국인 친구 요청이라면 받지 않는 게 가장 좋다. 인증하기 위해 자료나 사진을 보내주는 데 이마저도 대부분 해킹을 통해 도용한 정보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