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임기 고작 9일 남은 트럼프, 탄핵 운명은? [피플&데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시계’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사상 초유의 미 의회 폭력 난입 사태를 조장하며 거센 책임론에 휘말린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의 탄핵소추안 발의로 인해 임기를 9일 남겨놓고 최대의 정치적 위기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지난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을 받은 뒤 공화당 우위의 상원에서 부활한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른 만큼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많다.

여기에 새롭게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허니문 기간’이 탄핵 소용돌이와 맞물릴 가능성이 높아지며 향후 절차가 상당히 유동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 중심 두번째 하원 탄핵은 '시간문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하원에서 두 번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란 의견이 미국 내에선 지배적이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오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을 부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추안의 가결 정족수는 과반 찬성이다. 민주당이 하원 435석 중 과반인 222석을 차지해 통과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미국 역사상 하원에서 소추안이 통과된 대통령은 2019년 탄핵안이 통과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총 3명이다.

1868년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이 에드윈 스탠턴 전쟁장관을 해임하고 다른 이를 앉히려고 시도했다가 관직보유법 위반 혐의를 받는 등 총 11건의 중범죄와 비행을 저질렀다며 하원에 의해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폴라 존스와 백악관 인턴직원 모니카 르윈스키 등 여러 명이 얽힌 성추문으로 1999년 하원에서 탄핵됐다. 존슨·클린턴 전 대통령은 모두 상원에서 가결정족수 미달로 탄핵안이 부결됐다. 우크라니아 스캔들로 위기에 빠졌던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화당 일부 지지 불구 첫번째 상원 탄핵은 '불투명'

‘내란 선동’ 혐의를 핵심으로 하는 민주당의 이번 탄핵 추진은 과거 우크라이나 스캔들 때와는 또 달리 공화당 일각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큰 차이다. 하원은 물론 ‘마의 장벽’으로 여겨졌던 상원 가결까지 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상원에선 100명 중 3분의 2인 67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탄핵안이 통과된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 대 50으로 동률을 기록 중인 가운데 최소 17석 이상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져야 상원 탄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록 공화당 상원 내부의 탄핵 찬성 여론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공개적으로 등을 돌릴지는 미지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팻 투미, 리사 머코스키, 벤 새스 상원의원 등을 포함한 4명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 또는 퇴진을 공식 요구하고 있다.

탄핵안이 상원 관문을 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이 빨라도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전날인 19일 재소집될 것이라 밝힌 만큼 20일로 예정된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과 맞물려 임기 출발점부터 탄핵 정국에 휩쓸릴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에겐 부담이다.

내각 인준안 및 정권 초 역점 과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추가 경기부양안 협의가 걸린 상황에 탄핵 문제로 공화당과 대립각을 세우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더라도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초 의제를 실행할 시간을 확보하도록 소추안을 행정부 출범 100일 후에 상원에 이관하자는 제안도 나온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