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강세 여전
매물 누적에도 “제값 받겠다” 심리 강해
일부 지역선 가격 내리는 단지 나오기도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 불안이 여전한 모양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도입 이후 악화된 전세난이 정부의 2·4주택공급대책 발표로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전세시장이 머무르면서 전세수급 불균형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매물이 누적되고 있는 만큼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 올해 1만500여가구의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서울 동남권 인근 아파트에선 전셋값이 한 달 사이 1억~2억원 내리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1% 올랐다. 오름폭은 2주 연속 둔화됐으나 지난해 10월 말부터 4개월째 0.10% 이상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주요 단지에선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써밋 전용 84.97㎡는 지난 6일 보증금 14억7000만원에 신고가 전세 계약을 맺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2단지 84.59㎡의 경우 이달 3일 10억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해당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저가 아파트가 다수 포진된 외곽지역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힐스테이트7차 84.94㎡는 지난달 29일 보증금 7억원에 신고가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마포구 공덕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이 한 번 전세를 주면 4년 동안 가격을 못 올린다고 생각해 제값을 다 받겠다는 심리가 강하다”며 “전세 물건이 없는 건 아닌데 가격은 내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전세물건 품귀 현상은 다소 해소됐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물량은 지난 8일 기준 2만1526건으로 집계됐다. 임대차법 개정 이후인 지난해 9~10월 1만건 미만으로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물량이다.
전세물건이 확보되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전세가격이 내렸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84.7㎡는 지난 8일 보증금 8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최고점이었던 지난해 10월 9억3000만원과 비교했을 때 1억원 가량 낮은 수치다.
그러나 매물 누적과 무관하게 향후 전월세상한제를 고려해 제값을 받겠다는 집주인이 많아 가격 안정화로 직결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너무 오른 전셋값을 세입자들이 받아주지 못해 일부 단지에서 매물이 쌓이고 가격도 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셋값이 내리기 시작했다기보다는 가격을 다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의 2·4대책이 전세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KBS에 출연해 “올해부터 수만가구 이상의 사전청약이 나가는데 그분들이 다 전세로 가기 때문에 전세난은 단기적으로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일부 입주물량이 충분히 확보된 지역을 중심으로는 가격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위례신도시와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 등에서 1만5000여가구가 입주한다.
송파구 장지동 위례중앙푸르지오1단지 84.7㎡는 지난 3일 7억1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말 9억5000만원 선에서 전세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안정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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