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아파트 전세가율 71.7%
갭투자를 통한 주택매매 여전
‘매맷값<전셋값’인 마이너스 갭투자 사례도
세입자 주의 요구…“묻지마식 투자도 유의해야”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의 적극적인 투기수요 억제 정책에도 경기권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갭투자’가 줄지 않는 모양새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매맷값과 전셋값의 격차가 줄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거나 입주 가능한 매물을 사들여 새로 전세를 놓는 식이다.
일부 지역에선 매맷값보다 비싸게 전세를 주는 ‘마이너스 갭투자’까지 속출하고 있어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깡통전세는 담보대출과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돌아 전세 계약이 끝난 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12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도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71.7%를 기록했다. 전달(72.3%)보다는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광주가 81.8%로 가장 높았으며 동두천도 80.8%로 80% 선을 상회했다. 이 밖에 ▷이천 78.1% ▷용인 처인구 77.6% ▷평택 77.5% ▷오산 77.1% ▷고양 일산동구 76.2% ▷고양 일산서구 76.1% 등이 75% 이상의 높은 전세가율을 보였다.
전국적인 집값 상승에 새 임대차법 시행 여파로 전세물건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셋값이 급격히 오른 영향이 크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갭투자를 통한 주택 매매가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특히 경기 외곽의 구축 소형 아파트는 가격대가 저렴해 수천만원이면 갭투자가 가능해 수요가 끊이지 않는 분위기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자료를 기반으로 갭투자 사례를 분석한 결과 경기에서만 지난 3개월간 2097건의 갭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새로 전세계약을 체결한 사례만 집계한 것으로 전세를 끼고 매매한 사례까지 더하면 갭투자 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점쳐진다.
시구단위로 살펴보면 남양주와 평택, 고양 일산서구, 화성, 시흥, 파주 등지에서 갭투자 거래가 많았는데 매매가가 1억~2억대인 아파트가 다수였다. 시흥시 정왕동 두산아파트 전용 50.03㎡는 지난달 29일 1억5000만원에 매매거래가 이뤄졌는데 일주일 뒤인 지난 5일 같은 가격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새 집주인은 사실상 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아파트를 산 셈이다.
일부 지역에선 마이너스 갭투자 사례도 있었다. 남양주시 금곡동 이화신도브래뉴 59.99㎡는 지난 3일 2억3500만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는데 이는 직전 매맷값(1억9295만원·지난해 12월)보다 4000만원 이상 비싼 가격이었다.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 중산7단지코오롱 134.97㎡의 경우 지난달 21일 보증금 3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매매거래 당시 가격(3억4000만원)보다 3000만원 비쌌다.
올해도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갭투자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갭투자 물건의 경우 향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세입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묻지마식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규제지역을 벗어난 곳을 대상으로 한 단기성 투기자금 유입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투기적 갭투자는 자칫 막차를 탈 경우 커다란 낭패로 이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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