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10대 유튜버가 명품 ‘플렉스’?…우리 애도 사달라 할까봐 무섭네”
10대들의 ‘명품사랑’이 유튜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샤넬, 까르띠에 등 성인도 쉽게 사기 힘든 수백만원 상당의 명품을 구입해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는 것. 일각에선 유튜브 등 미디어에 노출되는 10대들의 명품 소비가 또래들의 무분별한 ‘모방 소비’를 야기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유튜브 상엔 최근 자신을 고등학생이라 소개한 한 유튜버가 강남의 모 백화점에서 샤넬 가방을 ‘플렉스’한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유튜버는 구입한 샤넬 가방을 언박싱(구매 상품을 개봉하는 것)하는 영상에서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까르띠에 시계와 구찌 맨투맨 티를 착용했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라고 입을 모았다. 수입이 없는 미성년자가 구입하기엔 지나치게 고가의 상품들이란 것이다.
미성년자의 명품 구입 공개 영상은 이 유튜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엔 10대들의 명품 인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 유튜버는 고3이었던 지난해 “수능 끝난 고3이랑 같이 쇼핑하자”며 샤넬, 디올 등에서 쇼핑하는 영상을 올렸고, 자신을 15살이라 소개한 또 다른 10대 유튜버는 “첫 시험에서 시험을 잘 봤는데 엄마가 프라다 지갑을 사줬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명품 시장에서의 10대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명품 커머스 플랫폼 ‘머스트잇’의 경우 지난해 거래액 기준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4%에서 2020년 9%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부모님 아이디로 결제한 건수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구매액은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10대 유튜버들의 명품 인증이 또래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SNS 등을 통해 주변 친구들이 명품을 하나 둘 구입하는 걸 접한 또래들이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덩달아 구입하게 된단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도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 우리 애가, 우리 조카가 따라 사달라고 할까봐 무섭다는 내용의 글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로도 이러한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10대와 20대 총 42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대 33.6%가 추석 이후 새로운 명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것. 20대(26.1%)보다도 7.5%포인트 높은 수치였다.
10대들이 명품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18.3%)였다. 그 뒤를▷주위에 나만 없는 것 같아서(17.4%) 등 또래 집단을 의식한 구매 요인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명품 금액의 상한선도 162만3000원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