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최초 구매자 대상 대출 규제 완화 검토
보유세 중과 기조는 정부 고수 입장 강해…여당 내 수정론은 변수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대출 규제 먼저 풀고 세금 규제는 나중에’ 정부와 여당이 그리고 있는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의 순서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송영길 의원은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청년들이 (결혼할 때 받는)축의금만 있으면 집을 갖게 만들어주겠다”며 “직장이 있다면 집값의 10%로 목돈 없이도 바로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0%까지 완화하겠다는 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실제 정부에서도 ‘부동산 선거’였던 4·7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청년층 초기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고 50% 수준인 현행 LTV 한도를 상향 조정하거나,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만기 40년 정책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청년층에 한해서 미래 예상 소득을 추가 반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출규제 완화가 위험수위에 있는 가계부채를 더욱 늘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여당의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의지가 워낙 강한 모습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무주택자와 청년층, 신혼부부, 직장인에 대한 대책은 조금 더 세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빠르면 이번달 중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부동산 정책 개편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부동산 규제의 또 다른 축인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세금 중과를 통한 주택 투기 근절’이라는 정부의 기존 정책 기조가 아직은 여전하다.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펼쳐진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간 공시가격 공방은 이런 정부의 현행 세제 유지 의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오 시장이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국민의 부담을 경감하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공동주택 공시가격 결정권을 지자체로 이양할 것을 요구하자, 홍 부총리가 즉각 반박에 나선 것이다.
홍 부총리는 “공시가격은 부동산가격공시법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이 1421만호 전수조사를 통해 산정한 가격”이라며 “일부 지자체의 문제 제기가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한 것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둔 여론 흐름이 변수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일제히 “부동산 정책을 긴급 점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거나 “부동산 특위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정책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실제 제도 손질은 빨라야 올해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 수도권 출마 후보들이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와 보유세 중과 면제”를 공약했지만, 사실상 무산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관련 세제 재검토 자체도 빨라야 올 하반기 예산 및 관련 법안 심사 과정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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