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문재인 정부 세번째 국토부 장관 취임
문 정부 임기 1년 남짓 남아…기존 대책에 역점
2·4 공급 대책 차질없이 수행해야 하는 숙제
국토부·LH 조직 개혁 추진…지자체와 협치해야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노형욱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공급 대책 실행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문 정부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점을 고려하면 새 정책을 내놓을 시간적 여유가 없고 이미 정부가 벌여놓은 사업도 많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수 년간 집값 급등 등 혼란한 상황이 이어진 부동산 문제를 관할하는 만큼 노 장관 앞엔 까다로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2·4 공급 대책을 조속하게 추진하고, 땅 투기 의혹 사건을 촉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혁신안도 이달 중으로 발표해야 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 요구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추진하는 지자체와의 갈등도 풀어야 한다.
2·4 대책 통한 원활한 주택 공급
노 장관은 정부가 2·4 대책에서 제시한 공공 주도 도심고밀 개발사업과 신규택지 조성 등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주택공급 대책이 차질 없이 이뤄져야 기존 집값 상승세가 잦아들 수 있다.
2·4 대책에서 제시된 이 사업들은 LH 등 공공의 강력한 주도로 추진되도록 설계됐지만, 지난 3월 초 LH 땅투기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2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 발표는 후보지에서 투기 정황이 포착되면서 공개 계획이 하반기로 미뤄지기도 했다.
2·4 대책에서 제시된 새로운 방식의 주택 공급 방안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방식이기에 제도의 기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공급방식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발의된 공공주택특별법 등의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에 직면해 국회에서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 장관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2·4 대책 등 주택공급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당면 현안인 '서민의 주거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며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심 내 충분한 물량의 주택이 흔들림 없이 공급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LH 조직에 대한 고강도 개혁
LH 땅 투기 의혹 사태 등으로 사기가 땅에 떨어진 국토부와 LH 조직에 대한 고강도 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LH 사태로 폭발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LH 혁신안을 서둘러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LH 혁신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이 LH 뿐 아니라 이를 감독해야 할 국토부도 LH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국토부 개혁안도 마련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국토부에 적을 두지 않은 것은 노 장관을 발탁한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문 대통령은 최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국토부 내부 인물은 LH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외부에서 찾으면서 그 정도 능력을 갖춘 분이 누가 있을까 고심해 발탁했다"고 언급했다.
노 장관은 LH 개혁에 대해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조직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시가·정비사업 등 지지체와의 정책 조율
지자체와의 협조 없이는 정부의 공급 대책의 추진이 불가능하다. 주택 시장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국토부 독단으로 주택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업무 조정 능력이 탁월한 관료를 국토부 장관에 낙점한 데에는 지자체와의 정책 조율을 통해 공급 대책을 시간표대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민간 정비사업 규제완화 기조의 서울시와 주택정책에서 타협점을 끌어내는 게 절실한 과제다. 정부는 2·4 대책을 통해 공공 주도 정비사업을 제시해 놓았는데, 민간 재건축 활성화와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정비사업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불안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야당 출신 지자체장들이 정부의 부동산 가격공시 제도에 대해 공격을 퍼붓는 상황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야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공시 제도의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예상보다 너무 많이 올라 국민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이다. 서울은 평균 20% 가까이 올랐고 세종은 상승률이 70%에 달했다.
기대보다 축소된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에 대한 지역 반발과 가덕도 신공항 등 쌓여 있는 교통 현안도 풀어야 할 숙제다.
노 장관은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관계기관과 부동산 시장 안정과 주택공급 확대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해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공공 주도 개발과 민간 개발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가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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