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충남·제주 등 지방 거래량 상승세 뚜렷
거래 늘면서 가격도 상승폭 키워
비규제 중소도시 중심으로 매수세 유입 영향
청약시장도 높은 마감률 기록하며 활기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지난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택시장의 열기가 올해 상반기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가운데 지방 주택시장에서도 훈풍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래량 측면에선 수도권이 일제히 감소세를 보인 것과 달리 지방시장에선 오름세를 나타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수도권 대부분이 대출·전매 제한 등에 묶이면서 거래가 어려워지면서 비규제지역인 지방 중소도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의 주택 매매 가격 누적 상승률은 3.83%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57%)은 물론 직전 5개월인 2020년 8~12월(2.65%)보다도 높은 수치다. 전국적인 ‘패닉바잉(공황구매)’ 열풍에 기인했던 역대급 상승장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같은 기간 전국의 주택 거래량은 74만746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6만8298건)보다 2.7%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량이 83만여건에 달했던 작년 하반기(8~12월)와 비교해도 크게 줄었다.
이는 수도권에서 주택 거래가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1~5월 10만7957건에서 올해 1~5월 9만8958건으로 8.3% 감소했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23만3840건에서 21만2897건으로 9.0%, 7만9186건에서 6만3532건으로 19.8% 줄었다.
지방 대도시에서도 거래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1~5월 세종의 주택 거래량은 전년 대비 29.4% 감소했으며 대전(-22.7%), 광주(-20.2%), 부산(-13.0%) 등도 거래가 대폭 줄었다.
반면 경북과 충남, 제주, 충북, 전북 등 기타 지방에선 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집값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큰 데다 전셋값 상승으로 매매 전환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수세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출이나 전매 제한 등 규제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경북에서는 올해 1~5월 주택 4만2313가구가 손바뀜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2만5486건)보다 거래량이 66.0% 늘었다. 충남은 2만6607건에서 4만1373건으로 55.5%, 제주는 5294건에서 7706건으로 45.6% 각각 증가했다. 충북(17.5%)과 전북(16.2%), 경남(11.8%) 등도 주택 거래량이 10% 이상 늘었다.
양지영 양지영R&C소장은 “경북과 충남 등은 상대적으로 그동안 집값이 덜 오른 데다 개발사업 탄력 등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강해 주택 매수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방 주택시장의 훈풍은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시·군·구별 주택 거래량 상승 추이를 살펴보면 상위 20위권 내 14곳이 지방 중소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진천군의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 1~5월 715건에서 올해 1~5월 4973건으로 595.5% 상승해, 전국 기초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북 고령군이 183건에서 970건으로, 충북 단양군이 189건에서 772건으로 각각 430.1%, 308.5% 오르며 30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 밖에 ▷전북 완주군 299.3% ▷전남 나주시 261.2% ▷충남 계룡시 249.9% ▷충남 아산시 176.6% ▷경북 경산시 150.4% ▷강원 홍천군 144.1% ▷충남 홍성군 127.9% ▷경북 성주군 127.9% ▷충남 당진시 114.0% ▷전북 순창군 109.5%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가 지난해 수도권 전역은 물론 지방 광역시와 주요 지역을 규제지역을 묶는 강수를 뒀지만 규제를 비껴간 지방 중소도시에선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올랐다. 올해 주택 거래량이 상승한 7개 지역 가운데 전북을 제외한 6곳은 부동산원 집계 기준 주택 가격 상승률이 2%포인트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5월 집값이 0.29% 하락했던 경북 지역은 올해 같은 기간에는 집값이 2.68% 상승했다. 충남도 같은 기간 집값 상승률이 0.06%에서 2.92%로 확대됐으며 충북과 강원도 0.35%에서 2.70%로, 0.03%에서 2.45%로 각각 상승폭이 커졌다.
실거래 가격을 보더라도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충남 예산군 삽교읍 ‘내포신도시 이지더원’ 1차 전용면적 84.8㎡는 지난 6월 3억77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2억800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경북 김천시 율곡동 ‘김천혁신도시골드클래스’ 전용 73.1㎡는 이달 18일 3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2억3500만원에 손바뀜된 것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1억원가량 올랐다.
지난해 가격 하락세를 보였던 제주에서도 가격이 회복하는 분위기다. 제주시 아라일동 아라스위첸 전용 85.0㎡는 이달 3일 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5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2억1000만원 올랐다. 제주의 경우 매매수급지수도 130.8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청약시장으로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조정 대상지역에서 청약을 받은 153개 주택형 가운데 110개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청약 마감률이 71.9%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3월 충남 아산에서 분양한 ‘더샵 센트로’는 1순위 청약에서 508가구 모집에 2만6822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52.1대 1이었다. GS건설이 충남 계룡시에서 첫 공급한 ‘계룡자이’도 1순위 평균 27.7대 1, 최고 2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역대 계룡에서 분양한 단지 중 가장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규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 가능 한도가 높은 비규제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