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엔 긍정평가 일색…“계속 추진”
국민 불만 잠재울 방안에 ‘홍보 강화’ 강조
회의록 공개에도…자화자찬·깜깜이 심의 비판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라 “공시가격을 조정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친 가운데 이를 검토하는 기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 국토교통부 산하 공시가격 심의위원회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는 의견 제출이 약 5만건으로 14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는데, 2주 안팎에 이를 모두 들여다보고 주택 소유자에게 답변을 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정부의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으로 시장의 혼선이 커지고 있으나, 이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만 내놨다. 공시가격 현실화 역시 변동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28일 국토부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중부위)는 지난 4월 27일 한국부동산원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회의의 회의록을 최근 공개했다. 중부위는 이날 회의에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심의했다.
국토부는 국민의 납세 부담과 직결되는 공시가격의 ‘깜깜이 심의’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10월 부동산가격공시법 시행령을 개정, 회의일로부터 3개월 이내 회의록 공개를 의무화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논의사항이 일반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위원은 회의에서 “공시가격안에 대한 의견제출이 4만9000여건 들어왔고 연관 세대까지 검토하게 되면 검토 대상이 많아지는데, 검증기간은 2주 내외로 다소 짧아 보인다”면서 “검증기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올해 전국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9% 넘게 오르면서 소유자 의견청취 기간(3월16일~4월5일)에 총 4만9601건의 의견제출이 이뤄졌다. 이는 14년 만에 최대치다. 국토부는 의견청취 기간 종료 후 4월19일까지 조사·산정보고서 검토에 나섰는데, 제기된 민원건수에 비해 검토기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올해 공시가격 조정률은 5.0%로 지난해(2.4%)보다 높지만, 2015~2019년 19.9~53.0%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회의에선 공시가격 제도 개선 방안도 일부 제시됐다. 공동주택 내에서도 아파트, 연립, 다세대 등 유형별로 현실화율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그 중 하나다. 이 밖에 가격 역전현상 해소를 위한 미세 조정, 1월 1일 기준 가격 산정을 위한 실거래가격 반영 시 시점 조정, 공시가격 조정 사유 중 하나인 층별효용비 기준 마련 등이 언급됐다.
이런 가운데서도 시장 혼란을 불러온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줄을 이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시세 대비 공시가격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한 위원은 “올해 현실화율은 평균적으로 1.2%포인트 제고로 크지 않으나 시세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공시가격 변동률이 높은 것”이라며 “공시가격 현실화는 흔들림 없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시가격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왜곡현상을 바로잡아야 하며, 공시가격의 중위가격도 일부 언론이 제시한 것보다 훨씬 낮다는 취지의 의견도 개진됐다. 현실화율 제고와 균형성 확보 등 산정 기준이 최근 3~4년간 크게 발전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한 국민 불만을 잠재울 방안으로는 ‘홍보 강화’, ‘설득력 있게 알리기’, ‘충분한 해명’ 등이 거론됐다. 한 위원은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을 토대로 객관적으로 산정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산정 기초자료가 처음 공개된 것과 관련해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훨씬 낮게 책정됐다는 것을 소유자들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공시가격 결정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일부 위원은 “제도의 일관성, 연관제도와의 정합성을 고려할 때 무리가 있다”면서 “국토부에서 대응 논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토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위원 4명과 국토부 장관이 위촉한 민간위원 8명이 참석했다. 공시가격을 심사하는 공식기구에서 ‘자화자찬’식 평가가 이어진 데는 이 같은 구조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민간위원의 명단은 비공개이며, 회의록에서도 어떤 위원이 특정 발언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자화자찬 속 깜깜이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